[설정선 칼럼]통신 브랜드 파워1위 보다폰의 위기해법

일반입력 :2010/04/13 08:39

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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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본사를 둔 이동통신사업자 중에 보다폰(Vodafone)이라는 글로벌 통신기업이 있다. 보다폰은 자국 내 가입자 순위에서 최근 합병한 오렌지와 T모바일 합병사(37%) 그리고 O2(28%)에 이어 제 3위(25%)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놓고 볼 때는 3억 2,300만 명(2009년 9월말 기준)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6억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중국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에 이어 글로벌 2위 사업자 자리에 올라 있는 거대 통신 그룹이다.

중국이라는 거대 단일 시장를 바탕으로 세계 1위 위치에 있는 차이나 모바일과 달리 31개국 글로벌 진출과 경영으로 세계 최대의 통신그룹이 된 보다폰에는 한 가지 큰 자랑거리가 있다. 그것은 전 세계 통신기업 브랜드 평가에서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로 평가받은 것이다.

지난 2009년 10월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는 세계 통신기업 브랜드 가치와 순위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보다폰은 AT&T(2위), 버라이즌(3위), 차이나 모바일(4위)과 유럽 지역 전통의 라이벌인 오렌지(5위), T모바일(7위), 텔레포니카(11위), O2(15위)를 누르고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하였다. 브랜드 가치는 246억 4천700만달러에 달했으며, 단독으로 만점인 AAA 평점을 받았다.

보다폰을 비롯한 유럽지역 이통사들의 걱정 – 음성 부문 매출 격감

그러나 보다폰은 또한 심각한 걱정거리도 안고 있는데, 현 CEO인 비토리오 콜라오(Vittorio Colao)가 취임한 2008년 7월 이후 보다폰의 유럽지역 주가지수인 유로퍼스트(Eurofirst) 지수가 올해 초까지 4% 가량 떨어진 것이다. 또한 보다폰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유럽지역의 2008년~2009년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하락한 것 역시 글로벌 거대 그룹에게 위기감을 한껏 불어넣고 있다.

보다폰의 이러한 실적 악화는 최근 완전한 시장 성숙기에 들어선 유럽 이통 시장의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그리고 가장 큰 캐시카우(Cash-Cow)였던 음성통화 부문의 매출 감소에 따른 것이다.

보다폰 매출 감소에 대한 돌파구 – 모바일 인터넷, M2M, M-헬스케어

보다폰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몇 가지 중요한 전술을 실행에 옮겼는데, 우선 실적 악화에 따른 가장 일반적인 대처로서 수백명의 감원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용 절감형 네거티브 전술은 단기 처방적 성격이 강하며 그 효과가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다폰은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비즈니스 측면의 대응으로서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실행하였다.

그 첫번째는 음성 매출 감소를 메꾸기 위해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보다폰은 모바일 인터넷 기반의 품질을 보장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런칭함으로써 음성 매출의 부족분을 데이터 매출에서 채우는 방안을 시도하였다. 또한 구글 등 검색 사업자가 유선 온라인 부문에서 콘텐츠 관련 매출을 선점하였던 경험을 상기하며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건별 과금제도, 소액 결제 사업 그리고 위치기반 사업(LBS)을 통한 수익 모델 등을 고려하고 있다.

보다폰이 신규 수익원으로 개발하고 있는 두번째 주요 핵심사업은 기기간 통신(Machine to Machine)을 뜻하는 M2M 사업이다. 보다폰은 M2M 시장이 2012년 경 128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을 내다보고, 지난 해 7월 무선 M2M 프로젝트의 구축 및 운영을 지원하는 신규 M2M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해당 플랫폼을 택한 고객사들은 스마트 계량기, 원격 모니터링 등 각종 M2M 프로젝트에 관한 보다폰 전담팀의 지원을 프로젝트 구상 단계에서부터 받게 된다.

보다폰이 새로운 수종사업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세번째는 m-헬스케어사업이다.

보다폰은 지난 해 12월 1일 제약 회사 및 정부 기관과의 협력 하에 모바일 헬스케어 전담 사업부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하였으며, 올해 초부터 사업부를 본격 가동하였다. 보다폰은 노령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가 모바일 헬스케어의 필요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내다보며 이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다폰이 기대하듯 모바일 기술은 간편한 헬스케어 정보 제공, 원격에서의 체계적인 건강 상태 분석, 지속적인 건강 기록 보유 등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특히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외딴 지역 등 의료인력이 닿을 수 없는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ICT산업 모범생 보다폰의 승부수

지난 3월 2일, 세계적인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기관 투 투모로우(Two Tomorrows)는 美 포츈지 500대 기업 중 ICT 업종의 2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및 자원 저감, 온실가스 감축, 적응과 정보 접근성 제고, 보건 증진 등을 기준으로 지속가능경영 평가를 하였다.

여기에서 보다폰은 다른 여타 통신사는 물론 노키아, HP 등을 따돌리고 최고의 평점을 받았다. 특히 아프리카 케냐와 같은 취약 지역에서 사회적 빈곤을 해결함과 동시에 자사 수익에도 기여한 송금 및 결제 서비스 ‘M-Pesa’와 원격 의료서비스인 m-헬스케어 서비스는 보다폰이 지속가능경영 1위에 오르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M2M과 m-헬스케어 사업은 기존 통신산업과 같은 국가 기간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바즈니스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글로벌 통신 브랜드로 확고한 자리를 잡은 보다폰이 레드 오션(Red Ocean)인 음성 이동통신 시장의 실적 악화를 딛고, M2M과 m-헬스케어 사업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설정선 IT컬럼니스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고려대 정보경영공학 박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