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 침만 삼키는 국내 방송사

일반입력 :2010/04/02 10:31    수정: 2010/04/02 11:23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로 출판, 잡지, 신문 등 올드 미디어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방송사에서 앱스토어와 웹브라우저를 이용한 스트리밍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방송사들은 마른 침만 삼키고 있다.

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CBS와 ABC는 자사의 드라마와 리얼리티쇼 등을 아이패드 웹브라우저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아이튠스를 통한 콘텐츠 판매에서 자체 배급으로 전환한 것이다.

두 회사가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온라인 광고가 포함된다.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로 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광고비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방송사, 아이패드에 관심은 많지만…

반면 국내 방송사들은 특별한 대응이 없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와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아이패드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아이패드에 대한 관심은 많다. 올해 방송사 뉴미디어 개발부서의 이슈는 단연 아이패드가 일으킬 미디어 산업의 변화에 맞춰져 있다.

MBC 관계자는 “올해 방송분야 이슈는 모바일”이라며 “방송사들도 아이패드가 불러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MBC는 뉴미디어개발팀에 아이폰을 지급하고 대응전략을 구상하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결국, 관심은 많지만 당장 대응하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 방송사들의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애플 아이패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장애물이 몇가지 존재한다”고 말했다.

■재송신, 화질, 속도, 수익성 등 장애물 겹겹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의 저작권 문제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대부분은 외주제작이다. 때문에 방송사는 방송권만을 갖고 있다. 판매와 타 플랫폼 재전송을 위해서는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SBS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는 재송신 문제가 민감하다”라며 “방송권의 한계를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상의 화질도 고민이다. 아이폰의 경우는 3.5인치 화면에 480×320 해상도기 때문에 저화질·저용량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패드 화면 크기인 9.7인치와 1024×768 해상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화질을 높여야한다. 동시에 용량도 커진다.

화질과 용량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맞추느냐는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와이파이나 3G 상태에서 버퍼링없이 영상을 보기에는 통신환경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송사 관계자는 “무선랜(Wi-Fi) 접속상태에서는 접속유지가 관건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이패드 3G 모델이 출시되더라도 화질문제는 남는다. 3G통신의 경우 접속유지는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전송속도다. KT의 3G 데이터통신 속도는 다운로드 3.6Mbps, 업로드 128Kbps로 고화질 동영상 감상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수익성을 어떻게 보장받느냐다. 시장의 방송콘텐츠 소비에 대한 인식이 무료에 익숙한 상황에서 유료VOD 서비스의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대부분이 인터넷 상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게 현실. 지상파 3사가 고심 끝에 내놓은 합법 다운로드 홈페이지인 ‘콘팅’은 저조한 이용률로 사업 지속여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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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관계자들은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방송사가 아이패드를 통한 콘텐츠 유통에 나서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콘텐츠 시장 정돈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라며 “방송뿐 아니라 모든 국내 콘텐츠업계의 고민이 똑같다”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이유로 애플은 국내에서 아이튠스 음악, 영상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