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브로, 삼성 굴레 벗는다

인텔과 전략적 제휴…글로벌 진출 기반 마련

일반입력 :2010/03/26 15:55    수정: 2010/03/26 16:00

KT가 와이브로 사업 활성화와 해외 사업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인텔과 손을 잡고, 삼성전자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KT(대표 이석채)는 26일(한국시간) 인텔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연내 인텔의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Mobile WiMAX) 칩셋을 탑재한 모바일기기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와이브로 이용자들은 노트북 등의 모바일기기에서 와이브로 모뎀 없이도 무선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KT는 이번 인텔과의 협약으로 삼성전자라는 단일 벤더를 통한 와이브로 사업 때문에 겪었던 애로사항을 상당 부분 털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KT는 올해 전국 84개시 와이브로 구축 사업에 삼성전자 외에 화웨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복수 벤더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이날 KT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 제조사의 고유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범용 기술에 대한 기반 한 새로운 무선망을 구현해 네트워크 트래픽의 효율을 높이고 투자비와 운용비용을 줄이겠다”고 완곡히 표현했지만, 이는 사실상 삼성전자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와이브로 사업의 독립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단일 벤더를 통한 와이브로 사업 때문에 시스템 구축이나 유지·보수에서 제조사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텔과의 협력으로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단말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KT는 인텔과 공동사업 형태로 해외 시장진출까지 계획하고 있어 국내 와이브로 사업 활성화라는 과제뿐만 아니라, 로컬 사업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업자로 뻗어나가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미 KT와 인텔은 수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이날 협약으로 향후 4G 시장에서 퀄컴 등 LTE(Long Term Evolution) 진영과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고정형 와이브로(Fixed WiMAX)를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사업을 하고 있던 KT는 이를 통해 와이브로 글로벌 통신사라는 입지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KT의 한 관계자는 “향후 KT와 인텔이 갖고 있는 와이브로 구축·운용 경험과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공동 진출할 계획”이라며 “양사의 부사장급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인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KT는 인텔과 함께 공동사업을 위한 구체적 투자금액을 확정한 상태이며, 첫 번째 해외진출 사업을 남미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KT는 해외진출에 앞서 인텔의 8.75MHz 기반 칩셋을 이용해 5대 광역시와 84개 전국 시 단위까지 와이브로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동시에 인텔의 와이브로 모듈을 탑재한 모바일기기가 만들어지는 대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와이브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KT와 인텔과 제조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지만 HTC의 제품처럼 조립형태의 OEM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 하반기께는 본격적인 와이브로 사업이 전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 기존 10MHz의 단일 대역폭 표준에서 8.75MHz의 복수 표준을 허용하면서 내세웠던 ▲와이브로 경쟁 활성화 ▲전국망 구축 ▲사업성 제고 등의 성과를 KT가 얼마나 이뤄낼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