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스마트폰 서바이벌 게임, 첫 '루저'는 팜?

일반입력 :2010/03/22 17:36    수정: 2010/03/23 08:31

황치규 기자

애플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 리서치인모션(RIM) 블랙베리, 노키아 심비안,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팜 웹OS에 삼성전자 바다까지.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은 지금, 거물급 기업들이 총출동한 별들의 전쟁이 한창이다. 애플과 구글의 강세속에 명가 재건을 노리는 노키아, SW 강화를 선언한 삼성, 제국의 반격을 꿈꾸는 MS가 한데 어울려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생존 경쟁이 숨가쁘게 진행중이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생존할 수 는 없다는 것이다. 싸우다 먼저 지친 플랫폼은 무덤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PDA의 원조'로 불리는 팜이 첫번재 희생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팜은 18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1억280만 달러의 순 손실(주당 61센트)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전망에 크게 못미친 성적표였다. 매출도 예상에 훨씬 못 미친 3억6천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실적 발표와 함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팜의 실적 부진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플랫폼 경쟁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란 비관론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팜은 지난해 독자적인 웹OS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 '팜 프리'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애플과 구글에 밀려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웹OS는 좋은 플랫폼이지만 안드로이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아이폰과 비교해서도 나을게 없다는 지적이다.

팜은 지난 분기 40만8천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애플 아이폰 판매량의 5% 밖에 안되는 수치다.

존 루빈스타인 팜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부진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의 잠재력은 살아있음을 강조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을 설득시키기는 힘겨워 보인다.

이쪽저쪽에서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모건조셉의 일리아 그로조브스키 애널리스트는 팜 주식의 목표 가격을 0달러까지 깎아내렸다. 사망선고에 가까운 평가였다 그는 통신업체들은 팜의 지불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고 이에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아직 기회는 있다는 평가도 있다.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의 닐 모스톤 애널리스트가 대표적이다.

모스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팜은 지난해 두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우선 판은 야심작인 '프리'를 이통 업계에선 약체로 분류되는 스프린트를 통해 먼저 선보였다. AT&T와 같은 대형 이통사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팜은 또 아이폰3GS와 비슷한 시점에 프리를 출시했다. 아이폰에 그늘에 가려 흥행에 실패했다는게 모스톤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반전의 기회가 있을까? 현재로선 비관적이다. 미국 지디넷도 19일 팜의 어두운 미래를 예상하는 글을 내보냈다. 지디넷은 팜은 AT&T를 대형 유통 업체로 잡을 가능성도 크지 않을 뿐더러 개발자들도 웹OS에 대한 충성을 버리게 될 것이다고 지적이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팜이 생존하려면 독자 플랫폼 전략을 포기하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팜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수합병(M&A)설도 등장했다. 그러나 후보군이 넉넉치는 않다. 애플은 팜이 필요없고 MS와 구글은 스스로의 힘으로 애플을 격퇴하려 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팜 인수를 검토중이란 루머가 있지만 최근에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노키아는 최근 인텔과 동맹을 맺고 양사 플랫폼을 통합한 '미고' 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외신들에선 블랙베리로 유명한 RIM이 팜을 인수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