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우주에서 레이저로 요격하겠다"

1960년 3월22일-타운스 ‘빛을 조작하는 기술’ 특허를 받다

일반입력 :2010/03/18 16:03    수정: 2010/04/26 14:20

이재구 기자

■ 레이건 대통령의 360억달러짜리 스타워즈 'SDI'

“우리에게 인류와 세계평화를 위해 원자폭탄을 준 과학계가 그 원폭을 무력화하고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주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1983년 3월 23일 로널드 레이건 미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 미국인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었다. 소련의 핵탄두미사일 공격에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소련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위성에서 빔으로 요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이른바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SDI)’에 대한 설명이었다. 1천기 이상의 대륙간탄도탄(ICBM)이 미본토를 향해 동시에 발사될 것을 상정한 한 이 계획은 재래식 무기들이 대응할 시간을 갖도록 대응력이 빠른 레이저로 핵미사일을 공중 폭파시킨다는 것이었다.

그의 연설은 며칠 전 플로리다에 들러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한 연설과 함께 80년대 중후반 미-소 해빙무드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레이건은 다음 날부터 영화 ‘스타워즈’로 조롱받기 시작한 이 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떠한 구체적인 무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원대한 구상은 비현실적이고, 비과학적이며, 공격적인 군비경쟁으로 비난받기 시작했다.

계획의 대담함과 함께 우주에서까지 상대국의 핵미사일을, 그것도 레이저로 요격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983년 3월24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의 “무모한 스타워즈 계획”이라는 말을 놓치지 않고 굵은 글씨로 실었다.

자칫 인류가 '우주에 떠있는 인공위성에서 광선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주과학소설같은 이 계획은 전세계적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 논란의 중심에 레이저가 있었다.

■수증기에 흡수되지 않는 강력한 파동을 만들다

1939년 벨연구소에서 항법장치와 폭격기에 이용할 장치, 즉 레이더에 대한 연구를 지시받은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찰스 하드 타운스였다. 그가 수행해야 할 업무는 비나 안개속에서도 전파를 쏘면 '흡수되지 않고 잘 돌아오는' 그런 성능좋은 레이더항법폭격장치와 비행기용 소형레이더를 만드는 것이었다. 즉 ‘대기 중의 수증기에도 흡수되지 않는 강력한 파동’을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벨연구소의 과제인 0.25cm의 파장을 가진 레이더와 소형안테나는 번번이 기체분자에 흡수돼 버렸다. 타운스의 과업이 제대로 마쳐질 리 없었다.

“지금까지의 전자회로 대신 분자 자체를 조작해 보자.”

컬럼비아대로 옮긴 1951년 어느 날 타운스에게 그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강력한 파동’을 만들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다행히 그는 마이크로파를 아주 잘 흡수하고 파장에 따라 강력하게 상호작용하는 성질을 가진 암모니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타운스는 높은 에너지 준위로 격리시킨 극초단파 광자로 암모니아 분자들에 충격을 주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입사된 광자가 별로 많지 않았음에도 대량의 광자가 나오는 현상을 확인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그는 입사된 광자를 아주 크게 증폭시켰다. 말하자면 고에너지 방사선 빔을 만든 것이었다.

드디어 1953년 12월. 타운스는 대학원생 고든 굴드와 함께 어느 방향으로든 강력한 마이크로파를 생성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 과정을 ‘자극받은 분자의 방사에 의한 극초단파증폭‘이란 영어(Microwave Amplified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tion)’의 약자, 즉 ‘메이저(MASER)’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파증폭기 메이저를 바탕으로 빛증폭기 레이저 개발하다 “마이크로파를 증폭시킬 수 있다면 다른 파도 증폭시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메이저를 개발한 직후 타운스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는 “빛의 증폭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던진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렇게 된다면 마이크로파(Microwave)를 증폭시키는 기기 대신 빛(Light)을 증폭시키는 기기, 즉 레이저가 실용화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1956년 타운스는 전년도에 그와 함께 분광학을 공동 저술한 아서 숄로라는 벨연구소의 물리학자를 생각해 내고 그에게 달려갔다.

“메이저의 증폭 원리를 가시광선이나 자와선같은 더짧은 파장을 가진 광선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의견일치를 본 두사람은 2년 후 메이저가 이론적으로 광학 및 적외선 지역에서 작동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드디어 마이크로파의 1/1000(mm)에 불과한 광파를 한가지 주파수로 융합하고, 한 방향으로 정확히 진행할 수 있는 흩어지지 않는(간섭성) 빛을 생산할 수 있는 장치제조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들이 만든 장치, 즉 레이저에서 방출된 광선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여기서 나온 광선은 간섭성이 강한데다 진행방향이나 파장이 일정해 가느다란 빛으로 대단히 멀리까지 나가는 특성을 보인 대단히 유용한 것이었다.

타운스는 1958년 적외선 광메이저 연구결과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그리고 이 이론적 계산원고가 피지컬리뷰(Physical Review)잡지에 제출돼 그 해에 실리면서 이들은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리고 1960년 3월22일 인류최초의 레이저 개발에 대한 미특허청 특허인증서가 나왔다.

그로부터 약 두달 후인 5월에 물리학자 디어도어 메이먼은 최초의 루비레이저광 장비를 만들어 내놓았다.

이제 레이저는 새로운 형태의 빛을 만들기 시작했다. 레이저는 기존광원과 달리 전파처럼 규칙적인 빛의 진동을 연속적 발생케 하는 장치여서 파장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레이저가 다양한 산업분야에의 응용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빛의 산업화를 둘러 싼 특허 기싸움

그러나 레이저 기술특허 출원이 잇따르고 상품화가 이뤄지면서 레이저발명자들에게도 전화(그레이엄 벨 vs 엘리샤 그레이), FM(에드윈 암스트롱 vs RCA),컴퓨터(스페리랜드 vs 하니웰)에서처럼 특허소송이 발생한다. 기술특허 1호 논쟁이었다. 타운스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고든 굴드는 맨해튼 프로젝트 참여 후 전쟁이 끝나자 컬럼비아대에서 일하던 1957년 본격적인 레이저 연구에 들어간 인물.

굴드의 아이디어는 “기체를 채운 관 속에 있는 거울사이에서 광파를 반사시키면 1/1000초 이내에 물질을 과열시킬 수 있는 단일 파장의 집속 광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레이저의 가능성에 대한 간략한 계산’이라는 제목아래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적었다. 여기에 처음으로 ‘레이저’라는 말이 등장했다. 굴드는 자신의 노트를 인근 과자가게 주인에게 설명하고 설명했다는 증명을 받아 두었다.

하지만 그의 특허출원시점(1959.4)조차 이미 타운스보다 몇 달 늦었다.

이 때만 해도 레이저가 실용화되지 않아 이들간의 논쟁은 누가 먼저 레이저(이론)를 생각해 냈느냐에 모아졌다. 그런데 디어도어 메이먼을 선두로 잇따라 레이저장비가 쏟아지자 사태는 꼬이기 시작했다.

특허심사관은 굴드가 이전에 발명했다는 증거의 불확실성을 들어 그의 기록이 발명증거로 적절치 못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와중에 벨랩,휴즈리서치연구소,웨스팅하우스 등이 줄줄이 특수 레이저 기술특허를 출원한다

하지만 결국 굴드가 뉴욕 브롱크스 과자가게에서 증명을 받아 둔 1957년 이래 작성해 온 노트가 30년 후 로열티를 내지 않으려는 기업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다.

메이저 이론을 함께 낸 두 사람 중 타운스는 노벨상을 거머쥐었고 굴드는 엄청난 로열티를 챙기는 주인공이 됐다.

■레이저, 현대문명의 총아로 우뚝 서다

레이저 발명 이후 50여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레이저 장비들이 개발됐다.

일단 레이저가 그 모습을 드러내자 과학자들은 이 과언의 적용뿐만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960년대에 레이저가 발명된 이래 이 장치는 인류의 수많은 문제를 풀어주는 해결사가 돼 왔다.

우리 일상에서 보는 최초의 레이저 애플리케이션으로 1974년 슈퍼마켓에 첫 등장한 바코드스캐너를 들 수 있다. 레이저디스크플레이어는 레이저를 사용하는 최초의 성공적인 가전제품이었다. CD플레이어와 레이저프린터 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분야에서는 피나지 않게 수술이 이뤄지도록 돕는 레이저 칼과 레이저 인두, 결석제거기, 망막 엑시머레이저 수술기기 등이 인상적이다. 산업분야에서는 자르기, 땜질, 재료 가열, 부품 상표마킹 등에 레이저가 이용된다. 방산분야에서도 타깃 마킹,탄약안내, 미사일 방위, 전자광학 대응, 레이더대체 등의 용도로 쓰인다. 연구분야에서도 그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이밖에 홀로그램제작에도 유용하다. 축제 때 밤하늘을 누비며 아름답게 수놓는 레이저 쇼도 아름다운 레이저의 힘이다. 미용성형에도 한몫 한다. 그렇다면 과연 레이건대통령이 SDI에서 말하던 미사일 요격 광선은 그후 어떤 연구 결과로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2009년 3월 18일 노드롭 그루먼사는 자사의 엔지니어가 레돈도 해안에 전기 100kW의 빛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레이저를 설치하고 성공리에 테스트까지 마쳤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것이 비행기나 탱크를 부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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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의 SDI위성에서 사용될 만한 강력한 레이저의 발명임을 드러낸 것이다.

미 육군의 합동고출력고체레이저프로그램 매니저인 브라이언 스트릭랜드에 따르면 항공기나 배 장갑차들에 화학레이저에 비해 적은 공간을 소요하는 이 레이저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목요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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