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로만 말해도 들린다!···'침묵의 통화' 화제

일반입력 :2010/03/09 15:07    수정: 2010/03/10 13:32

이재구 기자

사람들이 한번 쯤 ‘조용하게 말해도 잘 들리는 전화기’에 대해 생각해 본 때는 언제일까.

KTX를 타고 가는 도중 큰소리로 전화를 하는 사람의 소음 때문에 불쾌했을 때, 그리고 극장에서 진동으로 해 놓은 휴대폰에 전화가 왔을 때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이때 속삭이듯 입술로만 말해도 상대편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정말 편리할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독일의 한 대학 ‘침묵 속에서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말소리를 내지 않고도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씨넷은 8일(현지시간) 칼스루헤기술대연구팀이 입모양을 복합적인 말(synthetic speech)로 바꿔주는 방식의 기술로 '목소리를 내는 대신 입술로만 말하도록 함으로써 말소리를 상대편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개발은 우리로 하여금 기쁨에 겨워서 큰소리를 내게 만들고 있다.

이 기술은 이른 바 ‘전자근육학(筋肉學)학’, 즉 근육에 의해 생성되는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연구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응용. 발화자가 말할 때 생기는 얼굴근육의 움직임을 검출해 이를 통화에 응용하도록 했다.

원리는 이렇다.

일단 근육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이를 파동으로 기록하고 증폭하는 기기로 전달된다. 이것이 블루투스를 통해 랩톱으로 전달된다. SW는 이를 텍스트신호로 바꿔 신시사이저로 발성하도록 해 준다.

개발배경에 대해 타냐 슐츠 칼스루에공대 컴퓨터공학과교수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옆에 앉아있는 사람과 계속해서 잡담을 해대는 걸 보고 이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타냐교수는 “우리는 이를 침묵의 통화(silent communication)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소리없는 말(soundless speech)'기술은 지난 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다.

현재로선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자 얼굴에 (근육의 움직임을 읽기 위한) 9개의 전극을 달아야 한다.

이 '침묵의 통화'를 이용하는 사람이 전극을 얼굴에 덕지덕지 붙이고 기차를 타고 통화한다면 비록 조용하게 통화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개발초기인 현재까지는 이 기술을 기차같은 공공장소에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사진에서처럼 통화자 얼굴에 전극 9개를 붙이면 프랑켄슈타인의 인조인간처럼 변하게 된다.

이 경우 시끄럽게 통화해대는 사람보다 이 침묵하는 통화자가 더욱 관심을 끌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처럼 이 '침묵의 통화시스템'이 일반전화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개발초기인 현단계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나 즉각 통역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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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츠교수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우주정거장 같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이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또한 패스워드나 개인ID번호(PIN)같은 비밀정보기술이나 또는 회사의 가십을 얘기할 때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