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도 '탈옥' 한다…'탈옥'이 뭐길래?

일반입력 :2010/03/08 17:01    수정: 2010/03/12 13:43

봉성창 기자

언젠부턴가 IT업계에서 ‘해킹’이외에 ‘탈옥’이라는 용어가 하나 더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지난해 말부터다. 얼핏 보면 그냥 해킹 같은데 왜 구태여 탈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일까. 안 그래도 알쏭달쏭한 IT 용어에 머리가 아픈 기성 세대들에게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탈옥은 해외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제일 브레이킹(Jail Breaking)’이라는 말을 그대로 직접 가져온 신조어다. 말 그대로 감옥을 탈출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탈옥’ 혹은 ‘탈옥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감옥이 무엇인지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감옥이란 제조사가 여러 이유로 제품의 기능을 일부러 제한한 조치를 말한다. 쉽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라는 카메라가 있는데 이는 1초에 3장의 연사가 가능한 제품이다. 그러나 내장된 소프트웨어만 간단히 변경해주면 1초에 5장 연사가 가능하다. 이때 이용자는 제조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탈옥’을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탈옥’을 하게 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이점이 많다. 우선 자신이 돈을 주고 구입한 물건의 제 성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안 그래도 ‘가격대 성능비’를 외치며 1천원이라도 싼 가격에 실제로는 분간하기조차 어려운 수치를 따지는 얼리어답터 들에게 ‘탈옥’은 본전을 찾을 수 있는 필수 코스다.

아이폰만 해도 그렇다. ‘탈옥’을 하게 되면 애플이 허용하지 않는 각종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용자 입맛에 맞게 화면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해 애플이 제공한 밋밋한 화면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밖에도 아이폰에서 탈옥을 할 경우 활용도는 거의 무한대로 확대된다. 이용자가 많은 만큼 탈옥에 대한 연구도 상당 부분 진척된 까닭이다.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두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시키거나 수많은 아이콘을 폴더별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도 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잡스도 탈옥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와 같은 높은 활용도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조사들은 왜 이렇듯 해당 제품의 기능을 일부러 제한하고 있는 것일까. 이용자들이 손쉽게 기능제한을 풀 수 있는 것이라면 애당초 제조사들도 이를 모를리 없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같은 라인업의 제품을 구분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막아놓는 경우도 있고 제품의 안정적인 구동과 사후관리 때문일 수도 있다. 애플이 아이폰의 멀티태스킹을 막아 놓은 이유도 이와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탈옥은 불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탈옥은 단순히 기능 제한을 넘어 해당 제품의 보안조치까지도 무력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탈옥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의미의 해킹과도 다르지 않다. 유료로 구입해야하는 애플리케이션 마저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함으로서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조사들은 정책적으로 이러한 탈옥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관리(AS) 거부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탈옥 그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해킹이라는 말 대신 탈옥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게 된 이유다. 이미 소유권이 자신에게로 넘어온 제품을 어떻게 개조해서 쓰던지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일 뿐이다. 이는 ‘타인의 시스템에 침입해 흔적을 남긴다’는 해킹의 사전적 의미와 맞지 않다. 탈옥을 하는 제품이 타인의 시스템도 아닐 뿐더러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해킹’이라고 한다면 다시 말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단계는 탈옥을 통해 무력해진 제품에 유료로 판매되는 저작물을 공짜로 사용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 역시 해킹이라기 보다는 저작권 침해 등과 같은 말이 보다 어울린다. 게다가 해킹을 저지른 장본인은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추출한 당사자 뿐이다. 그리고 탈옥을 한 사용자가 이를 받아 자신의 아이폰에 사용하는 것은 해킹이 아니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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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탈옥이 개인의 재산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결코 나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실제로 아이폰의 경우 탈옥을 할 경우 보안이 취약해져 개인정보가 새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또한 아예 제품이 먹통이 될 수도 있다. AS를 해주지 않는 것은 구입시 동의한 약관 조항에 써 있는 만큼 결국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탈옥을 하고 안하고는 어디까지나 이용자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