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스크린 시대, 새로운 UX가 다가온다

일반입력 :2010/03/01 16:32

황치규 기자

텔레비전은 그동안 닫혀진 세계였다. 휴대폰과 PC가 웹을 통해 열린 생태계로 전환될때도 텔레비전 만큼은 방송사들이 지배하는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텔레비전에는 아무나 접근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은 닫혀진 정원, 이른바 월드가든(Walled garden)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디지털 컨버전스 확산으로 텔레비전과 휴대폰 그리고 PC를 구분짓던 경계선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텔레비전, PC, 휴대폰에서 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쓰리스크린 시대로의 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PC든, 텔레비전든, 휴대폰이든 사용자는 하나의 콘텐츠에 대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디바이스마다 따로따로 콘텐츠를 봐야 했던 예전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쓰리스크린이 사용자 경험(UX)에 있어 대형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쓰리스크린 시대, UX 진화 급물살

쓰리스크린은 PC, TV,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에서 동일한 자료를 복사하는 과정 없이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웹의 성장과 함께 PC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고 최근에는 휴대폰, 모바일 인터넷 기기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에 힘입어 콘텐츠 유통의 전략적 거점으로 급부상했다. PC에서 누렸던 경험을 제공할만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고화질 TV가 맞물리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UX를 제공하는 쓰리스크린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 관계자는 웹과 결합한 텔레비전은 더 이상 수동적인 박스로서의 TV가 아닐 것이다면서 콘텐츠와 미디어 기업에게도 사용자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정보와 함께 깊이 있는 부가 서비스와 정보 제공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플래시와 같은 웹기술이 적용된 디지털TV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미디어의 방송 내용에 직접 참여하고, 관련 콘텐츠에 대해 주변에 추천하는 사용자 서비스 모델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통신, 방송, 소비자 가전 업체들도 쓰리스크린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커졌다.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에 관심이 있는 업체들에게도 의미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MS 관계자는 쓰리스크린 전략은 변화된 동영상 콘텐츠 수용 환경에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풍부한 UX를 제공해 경쟁사와 미디어 소비 경험을 차별화하는게 목적이다고 말했다. 쓰리스크린과 UX의 결합은 미디어 산업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라는 얘기였다.

한국MS에 따르면 쓰리스크린을 통해 기존에는 인터넷 웹 서핑으로 자료를 함께 공유했다면 이제는 집 혹은 사무실에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별도 네트워크를 갖추지 않아도 외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 이동이 필요했던 MP3플레이어, PMP에서도 용량의 한계는 의미가 약해질 전망이다. PC에 있는 수 천곡의 음악들을 외부에서도 바로 들을 수 있으며 동영상 역시 따로 옮길 필요 없이 바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켜 방 안의 PC에 저장돼 있는 동영상도 바로 불러와 시청할 수 있고 녹화된 TV 프로그램은 PC에서 확인해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따로 편집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기업 사용자들도 쓰리스크린를 통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외부에서 노트북을 통해 사무실에서 작성하던 문서를 바로 이어 작업할 수 있고 저장 후 사무실 PC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문서를 팀원들에게 공유해 한 문서를 다양한 장소에서 동시에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국MS는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주목하라

쓰리스크린 환경은 국내외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과 맞물려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인터넷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사용자는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노트북 수준의 작업이 가능해졌다.쓰리스크린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예전에는 PC, TV, 스마트폰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기별 사용자를 대상으로 독립적인 설비가 필요했지만, 요즘은 같은 인프라에서 화면만 내보내는 식으로 모든 사용자들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서비스 업체 입장에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영국 방송사인 BBC는 이 방법을 통해 IPTV 기반 TV 서비스를 PC사용자들에게까지 폭 넓게 제공하고 있다.

쓰리스크린은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에게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번 개발하면 다양한 디바이스에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도비 관계자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콘텐츠 유통 활로를 과거 PC나 일부 고급사양의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가전기기로 확장해 새로운 수익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효율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쓰리스크린 경쟁 시작됐다

쓰리스크린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다. SW제국 MS는 쓰리스크린을 전략사업중 하나로 정하고 물량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레이 오지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SW 아키텍트는 지난해말 PC, TV, 휴대폰에서 동일한 자료와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 3 스크린 전략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윈도7에 탑재된 미디어센터 기능을 전진배치했다.

윈도7 홈 프리미엄, 프로페셔널, 얼티미트 등 윈도7 거의 모든 버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PC에 저장된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 파일은 물론 각종 온라인 콘텐츠를 PC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특히 미디어 업체들이 윈도7 미디어센터를 통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하면 해당 콘텐츠들은 TV 수신카드를 설치하지 않고도 고화질 동영상을 VOD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MS는 쓰리스크린에 필요한 기술 표준 마련을 위해 디지털 리빙 네트워크 얼라이언스 (DLNA: 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http://www.dlna.org)에도 주요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DLNA가 추구하는 목표에는 다양한 디바이스간 콘텐츠를 무선 상태에서 리모콘 버튼 만으로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포함됐다. 어도비도 PC와 모바일 그리고 텔레비전을 연계한 쓰리스크린 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자사 플래시 플랫폼을 디지털홈 시장에서 핵심 기술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도비는 '오픈스크린 프로젝트' 확대에 적극 나섰다. 오픈스크린 프로젝트에는 어도비외에 시스코, 인텔, 삼성전자, 퀄컴, 버라이즌, NTT도코모, RIM, 노키아, 엔비디아, 퀄퀌, 구글 등이 지원하고 있다. 국내 2위 포털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가세했다. 어도비는 오픈스크린 프로젝트가 확산되면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플래시만 알고 있으면 다양한 스크린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을 뿐더러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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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쓰리스크린 시장에서 대형 변수다. 애플은 이미 아이팟과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를 통해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볼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 모두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라온 콘텐츠를 쓸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텔레비전까지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애플이 텔레비전을 내놓을 경우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일명 애플TV로 이어지는 강력한 쓰리스크린 환경을 구현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