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선 칼럼]ICT 생태계 주도권 경쟁 :구글의 도약

일반입력 :2010/02/24 15:35    수정: 2010/02/26 12:08

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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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obile World Congress(MWC) 2010'이 막을 내렸다.

이번 MWC에서는 다양한 신제품들의 등장도 볼거리였지만, 플랫폼 경쟁, 합종연횡 등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주도권 경쟁도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격도 주목을 끌었다.

우선, KT가 발표한 WAC(Wholesale Application Community) 발족이 대표적이다. AT&T, NTT도코모, 도이체텔레콤 등 24개 통신사업자가 참여하는 WAC는 일명, 슈퍼앱스토어를 통해 통신사업자가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스마트폰 플랫폼 경쟁 또한 치열 했다. 애플 아이폰OS와 구글 안드로이드 2강 구도에 맞서 삼성전자는 ‘바다’라는 플랫폼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폰7’을 발표하며 모바일 시장에서의 설욕에 나섰다.

이처럼 콘텐츠-서비스-단말기로 이어지는 ICT 생태계의 역할분담체계가 앱스토어 및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와 융합화 등에 따라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한때 애플의 대항마로 여겨지던 구글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높아져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확산에 이어 넥서스원이라는 스마트폰 출시 등 보폭을 넓히고 있어 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구글 견제론을 의식한 듯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이 통신사업자를 'dumb pipe'(단순 망제공자)로 만들려고 한다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통신사업자와 상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필자는 ICT 생태계 장악을 위한 구글의 행보와 그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콘텐츠 시장 : 독보적인 웹상의 구글 지배력

구글은 빠른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세계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98년 야후보다 늦게 유선포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록 3%에 불과하지만 영국 90%, 프랑스 91%, 독일 93%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벨기에, 핀란드 등 대다수 유럽시장에서 90% 이상의 장악력을 갖고 있다.

자국인 미국은 물론 캐나다 78%, 칠레 93%, 멕시코 88% 등 아메리카 지역과 뉴질랜드 72%, 호주 88% 등 아태지역에서도 막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가 구글의 온라인 광고수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탈리아 총리가 구글의 ‘유튜브’에 대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독일 연방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추진하는 등 구글의 웹지배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유럽 각국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어 구글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구글은 이러한 웹상의 지배력을 이용자 접점을 늘려감으로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운영체계 등 ICT 생태계 전반으로 전이시키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서비스 시장 : 본격적인 통신서비스시장 진입 추진

구글의 통신서비스시장 진입 노력은 ’08년 3월 미국 700㎒ 주파수 경매에 참가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당시 구글은 주파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으로부터 “어떤 기기와도 호환되고 어느 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망 개방 정책”을 유도해 내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최근 구글은 통신서비스시장 진입전략을 네트워크 확보 보다는 인터넷전화(VoIP) 등 서비스를 통한 진입으로 수정하고 있다. 구글은 ’09년 3월에 VoIP 서비스인 ‘Google Voice’를 선보였다. Google Voice는 기본적으로 구글의 그랜드센트럴(GrandCentral) 가입자에게 무료 국내전화와 유료 국제전화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에, 집, 사무실, 휴대전화 등 모든 전화번호를 통합하는 단일번호 서비스, 음성메세지 목록을 보고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비주얼 음성메일, 문자메세지를 온라인상의 메일함에 저장하는 첨단 문자메세지 서비스, 무료 컨러펀스콜, 그리고 번호이동성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구글은 웹서비스와 통신서비스간의 연계를 바탕으로 PSTN을 비롯하여 VoIP시장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단말기 시장 : 구글의 넥서스원 출시에 깔린 포석

구글은 1월 초,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출시하여 애플과의 스마트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폐쇄적 운영체계를 내세운 애플과 달리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공개기반의 운영체계를 도입하였다.

개방형 구조는 누구나 개방형 소스를 가지고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 확산에 기여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플랫폼 난립으로 호환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우려한 구글이 ‘넥서스원’을 출시함으로써 일종의 표준화된 플랫폼을 제시하여 문제점을 제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양강체제를 구축한 후에 개방형 구조라는 강점으로 애플을 능가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은 보편화된 ‘GMail’, 지도 및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 맵스’, 얼굴 인식 및 유사 이미지 검색까지 가능한 ‘구글 이미지’ 등을 완벽하게 재현할 계획이어서 향후 구글을 선호하는 통신서비스가입자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행보가 국내 통신사업자에게 주는 시사점

구글이 ICT 생태계 주도권 경쟁의 승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힘든 면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구글의 핵심역량 중 하나인 웹지배력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구글의 ICT 생태계 주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선포탈사업자로 출발한 구글이 검색엔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과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지속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을 진작부터 시도한 구글과 내수시장 포화에 이르러서야 영역확대를 꾀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업자는 다소 대조적인 면이 있다고 하겠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업자가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 및 서비스 운영 노하우 등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도 기존의 사업영역을 고수해 왔거나, 새로운 가치 창출에 미온적이지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통신서비스와 이종산업간 융합, 스마트폰을 통한 기업시장의 진출, 앱스토어를 통한 콘텐츠시장의 성장 등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구글이 추구한 사업전략 - 독보적인 검색엔진 기술력 확보를 통한 웹시장 장악, 혁신적 서비스 개발 및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 개방형 구조를 내세운 안드로이드 등 - 을 신중하게 분석하여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설정선 IT컬럼니스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고려대 정보경영공학 박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