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메신저, 한국 애니 ‘구세주’ 될까

일반입력 :2010/02/23 11:53    수정: 2010/02/23 14:25

정윤희 기자

최근 작품이 나오기도 전부터 돌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스튜디오 애니멀(대표 조경훈)의 ‘고스트 메신저’. 선 공개한 동영상만으로도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팬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애니메이션(이하 애니)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고스트 메신저’는 유아용 애니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산 애니 시장에서는 드물게 청소년층을 겨냥한 작품이다. 총 6편의 국내 최초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 제작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에는 스페인 BRB 인터내셔널과 TV시리즈 제작 계약도 맺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온, 오프라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 ‘고스트 메신저’가 1화 DVD 발매를 앞두고 있다. ‘고스트 메신저’가 이렇듯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고퀄리티의 그래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달 22일 공개한 동영상을 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한국 애니 맞냐”, “일본 애니 부럽지 않은 그래픽이다” 등의 감탄을 표했을 정도다.

‘고스트 메신저’를 제작 중인 스튜디오 애니멀측도 고퀄리티 그래픽과 국산 애니에 대한 기대감을 인기의 이유로 꼽았다.

스튜디오 애니멀 김지혜 과장은 “동영상으로 인해 기존 애니 마니아들이 가지고 있던 한국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스토리와 캐릭터도 매력이다. 저승사자들이 휴대폰으로 저승 세계의 귀신들을 다운로드 받아 전투를 펼친다는 설정은 전통과 현실 세계를 절묘하게 버무렸다는 평이다.

강림도령, 바리낭자, 사라도령 등 캐릭터들도 인기다. 팬카페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코믹 등 애니메이션 행사에 참여한 ‘고스트 메신저’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사진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물론 아직까지 섣부르게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아용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편중된 국내 시장 특성상 얼마만큼 선전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기존 해외 하청 작업이 대부분이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순수 국산 기술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또한 지난 2003년 개봉한 ‘원더풀데이즈’를 비롯한 청소년 대상 애니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국산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고스트 메신저’가 더더욱 한국 애니의 ‘구세주’, ‘혁명’ 등으로 추앙받는 이유다.

김 과장은 “감사하게도 현재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을 쏟아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애쓰는 중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튜디오 내부의 기대치 역시 마니아들의 기대 수준과 같다”며 “우리가, 그리고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스트 메신저’에게는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는 애니 시장의 환경도 걸림돌이다. 다만 고무적인 일은 ‘고스트 메신저’를 지키기 위한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는 ‘지름신 강림, 고스트 메신저 DVD 구매합시다’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고 한국 애니 업계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김지혜 과장은 “일단 성공한 작품이 생길 경우 산업 인프라 자체가 새로이 세팅될 수도 있다”며 “‘고스트 메신저’가 애니메이션 산업이 부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