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구글버즈의 거대한 실험이 성공할까

일반입력 :2010/02/12 11:02    수정: 2010/02/12 11:09

윤석찬

구글 버즈 발표 후 하루가 안되어서 거의 대부분 지메일 사용자에게 '버즈'가 새로 생겼다. 2004년부터 지메일 사용자인 나에게는 (영상)채팅 기능 추가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다.

아직 며칠 되지 않았지만 빠른 확산 속도로 버즈 이용자가 늘고 있다. 이미 채팅 기능에 등록된 사람들이 이미 친구로 등록 되어 있는데다 기존 메일을 주고 받던 지인들 위주로 소셜 네트웍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메일 사용자들 중에는 메일 헤비 유저들이 많은데다 적어도 하루 한번 이상은 열어보기 때문에 버즈의 확산은 구글의 예측 대로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명실 상부한 소셜 서비스 진입

'버즈'는 친구들의 인터넷 상의 활동을 모두 모아서 볼 수 있는 소셜 통합 구독기(Socialstream Aggregator)이다. 한 사람이 올린 블로그, 트위터, 사진, 동영상 등을 모두 가져다 보여 준다. 즉, 과거 트위터와 경쟁하다가 페이스북에 인수된 프렌즈피드(FriendFeed)의 구글식 복사판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지메일에 교묘하게 녹여 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구글의 소셜 서비스 진입 경로를 보면, 주로 블로거닷컴, 유튜브, 피카사 같은 콘텐츠를 올리고 공유하는데 부터 가젯, 오픈 소셜 같은 개방형 소셜 애플리케이션 개발 그리고 구글 프렌즈커넥트, 소셜그래프 같은 인맥 구축 지원 도구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구글에는 잘 짜여진 인맥망과 그사이의 놀이의 장(playground)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실상 정보 검색과 유통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그들로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분야에 직접 뛰어 든다는 것은 마지막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제 구글은 선을 넘었다. 지메일을 기반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 및 커뮤니케이션, 그에 대한 상호 작용까지 감지해낼 만한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셜 검색 해법 찾을까?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은 사용자들의 행동을 주시하는 것이 소셜 검색의 중요한 팩터이고 스팸을 감내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적절한 추천을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가 큰 도전이라고 구글 버즈 발표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문서 링크 기반 웹 검색에 페이지랭크가 가져온 영향력을 볼 때, 소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현시대의 검색 패러다임에 걸맞는 알고리듬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과연 구글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이미 그 자리를 확고히 잡고 있고, 4억명의 사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은 구글의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토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글은 트위터에 올라오는 5천개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짧은 트윗과 느슨한 인맥망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으며, 이제 2억에 가까운 지메일를 기반으로 정보 기반 소셜 네트워크인 '버즈'를 도입함으로서 소셜 검색에 대한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경쟁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소셜 데이터 개방을 선택했다. 수 많은 사용자들의 상호 작용과 활동들을 Activity Streams, Atom/RSS, MediaRSS, PubSubHubbub, Social Graph API로 대거 오픈한다. 특히, 향후 도입될 외부 쓰기 API에는 OAuth, Salmon, WebFinger 등의 공개 표준도 고려하고 있다. 자기에게 유리한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긍정적' 결국은 '두려움'

특정인과 소통하는 메일 서비스에 RSS 리더 같은 정보성 도구를 집어 넣는 것이 대부분 실패에 그쳤지만, 버즈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갖춤으로서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킨다.

지메일 사용자들도 구글의 실험에 일단 긍정적인것 같다. 새로 생긴 장난감 수준으로 버즈를 써 보고 있다. 버즈는 일단 누구를 지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이에 대한 반응을 즉각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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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버즈의 모바일 버전을 보면 더 놀랍다. 대부분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버즈 메뉴에는 놀랍게도 위치 정보 추가 기능이 있다. 글 올릴 때, 내 위치를 선택해서 올릴 수 있고 지금 있는 위치 근방에서 올린 글을 볼 수 있다. 한참 인기를 끄는 위치 기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포스퀘어(Foursquare)와 옐프(Yelp)의 그것을 차용한 느낌이다. 알지 못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픈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러는 사이 그동안 손도 안보던 프로필을 업데이트 하고 나의 소셜 자원 정보를 하나둘씩 구글에게 헌납해 주고 있다. 그들은 엄청난 정보 처리 능력을 가진 유일한 슈퍼 컴퓨터이다. 당연히 '빅 브라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가슴 한켠에 치밀어 오를 수 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한 군데에 모이려 하지 않고 흩어지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 인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늘 선택 가능한 대안을 필요로 했다는 점. 그것이 구글 버즈의 최대 장점이자 약점이 아닐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