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재배치, 700MHz는 어디로?

2013년 반환 예정인 700MHz 주파수, 방송-통신 갈등 예상

일반입력 :2010/02/04 14:24    수정: 2010/02/04 16:03

저주파 대역의 주파수 할당 문제로 업계가 시끌벅적하다. 향후 시장에 나올 저대역 주파수는 700/800/900MHz 대역. 이중 800MHz 이상의 주파수는 통신사 간의 경쟁이다. 반면 700MHz 대역은 지상파방송사가 얽혀 있어 방송-통신 간 갈등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3일 800/900MHz, 2.1GHz 주파수 할당계획안을 발표했다. 사업자 별로 20MHz까지 신청가능하며, 할당조건으로 와이브로 투자와 무선인터넷 활성화가 달렸다. 방통위는 2월 중으로 할당공고 한 후 심사과정을 거쳐 이르면 4월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2013년 반환되는 700MHz, 900MHz 주파수에 대한 활용방안을 상반기 중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윤현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현재 수요조사가 진행중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통신사 “차세대 이동통신에 사용하겠다”

통신사들은 이 주파수를 할당받아 차세대 이동통신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통신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추가 주파수 확보는 필수적이라는 것.

무선인터넷 활성화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 초과 우려도 추가 주파수 확보를 부추긴다. 업계에서는 WCDMA의 현가입자 추세라면 올해 트래픽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700MHz 주파수는 800/900MHz 대과 함께 전파특성이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파 도달 범위가 넓고, 실내투과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운용사업자는 기지국 수를 줄일 수 있다. 2.1GHz대보다 30%까지 운영비용이 절감된다. 통신사들의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 2007년 합의한 세계전파통신회의(WRC-07) 결과에 따르면, 700MHz 대역은 방송·통신 공동대역이다. 세계적으로 이 대역을 통신산업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08년 지상파 방송사의 700MHz대 주파수를 회수한 후 통신사에게 넘긴 상태다.

방통위의 입장도 미국과 비슷하다.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주파수에 대한 상업적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양환정 방통위 주파수정책기획과장은 “전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업적 가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 “미래방송을 위해 여유 주파수는 필수”

방송사는 미래방송을 위해 방송용도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5년 정도면 초고화질TV(UDTV)와 3차원TV(3DTV)가 상용화단계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여유 주파수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

지상파 방송사의 다채널방송(MMS) 도입문제도 존재한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HD급 다채널방송 도입을 위해서는 여유 주파수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지상파 6개 채널만으로는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사 측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기술검증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한다. 주파수 활용기술과 중계기술이 발전했지만 실제로 현실에 적용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지역에서 디지털 실험방송을 거치더라도 전국단위에 대한 검증으로는 부족하다”며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전파간섭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해결을 위해 여유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사 측은 회수 주파수 일부를 방송용도로 할당해주기를 원한다. 미국처럼 재난방송 등의 공영 용도로 방송 대역을 남겨달라는 것. 한 관계자는 “통신기술만큼 방송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한다”며 “주파수는 국민 재산이란 말을 떠올려볼 때 시청자 권익 측면이 무시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초의 방송주파수 회수...장기적인 밑그림 필요

방송사 주파수 회수는 국내 지상파 방송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선례가 없기 때문에 활용방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작업은 필수다.

현재까지 방통위의 구상대로라면 방송사 주파수는 경매로 할당된다. 주파수경매제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한 전파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올 상반기 정도면 통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상파 방송사가 경매에 참여하는 것. 하지만 경매 규모면에서 방송사가 통신사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2008년 미국 주파수 경매 규모는 약 198억달러(한화 25조 원)였다. 국내의 경우도 10조~2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방통위는 추정하고 있다. 방송업계 전체 매출액이 5조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경매는 방송사에게 그림의 떡이다.

관련기사

한 주파수 전문가는 “주파수 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장기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그림 없이 근시안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과도한 추가비용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정삼 방통위 주파수기획과장은 “700MHz 주파수 활용계획안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확실한 것은 2013년 후 활용하겠다는 정도로 업계의 의견을 모아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