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실시간 검색, 통합검색 넘어야 산다"

일반입력 :2010/01/19 17:07

류준영 기자

트위터는 실시간 검색 툴인 ‘서마이즈(Summize)’를 인수, 광고 모델 이용을 고려하기 시작했다(※2008년 10월 27일 지디넷 보도)

신생업체 ‘서마이즈’를 150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인수한 트위터. 이후 놀랄만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서마이즈는 인수·합병된 지 3개월 만에 검색 횟수가 7만회에서 1천400만회로 ‘껑충’ 뛰어올랐다. 구글 검색과 맞먹을 정도로 매일매일 집계된 그래프 상승곡선은 하늘로 치솟았다. 실시간 검색엔진에 대한 월가의 대형 투자자들 관심도 이때부터 집중된다.

미국시장에서 실시간 검색서비스 '붐'은 단시일에 완성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경이적인 성과를 보인 ‘서마이즈’를 시발로 실시간 웹 검색을 지향한 ‘콜렉터(Collecta.com)’ ‘크라우드아이(Crowedeye.com)’, ‘탑시(topsy.com)’, ‘아이스로켓(www.icerocket.com)’, ‘스쿠플러(www.scoopler.com)’ ‘원라이엇(www.oneriot.com)’ 등이 3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경쟁적으로 개설됐다. “줄줄이 등장한 실시간 검색서비스는 그만큼 수요가 뒤따라 줬고,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Needs·필요)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재철 라이브K 대표는 해석한다.

실시간 검색의 핵심 키워드 4가지를 한 문장으로 풀면 “(1)실시간으로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들까지((2)리얼리티, Reality) (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4)모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고 이재철 대표는 간략히 풀이했다.

특히 이 같은 실시간 검색서비스는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과 잘 부합돼 국내시장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이 대표는 믿었다. 하지만 10년간 대형 포털사이트에 길들여진 검색 습관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실시간 검색엔진, 한국인 정서와 부합”

실시간 검색엔진의 국내진출 가능성은 ‘단일민족’과 ‘빨리빨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재철 대표는 “지금껏 10년간 검색은 오로지 가장 빠른 검색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다면 현재 소비자들의 니즈는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됨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검색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민족이다 보니 사회적·정치적·지역적 핫-이슈(Hot-Issue)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이를 알아야만 대화에 겨우 낄 수 있다.

업무와 전공의 울타리를 넘은 개개인의 정보력이 필요 이상으로 요구된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이 대중의 관심사로 확장될 때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결정지으려는 경향 또한 짙어졌다.

여기엔 또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남들보다 뒤떨어져 보인다는 경쟁사회 속 강박감도 한몫을 더했다.

이재철 대표는 “이처럼 변화된 인간의 욕구를 지금까지의 대형 검색서비스에선 만족스러울 정도로 제공하지 못했다”라며 “실시간 검색엔진의 예고된 성장은 바로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시간 검색엔진 스타일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무척 빠르게 변화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사회적 이슈를 부정적인 글과 긍정적인 글을 구분해 보여 주거나 대학생-고등학생-중학생, 남성이나 여성, ‘세종시’에 관한 이슈의 경우 경기나 충청권, 수도권 등 각 지역별 반응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터식 소비습관, '반짝 유행'될라

이재철 대표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공통된 글로벌 검색 트렌드는 ‘하나만 잘하면 된다’이다. 동영상이면 동영상, 사진이면 사진을 빠르게 찾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한때 검색사이트 시장에서 독주하던 야후는 이 모든 것을 끌어안으려다 나자빠진 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는 실시간 검색서비스라고 할지라도 이 같은 마이크로 검색사이트가 국내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짝 유행처럼 스쳐갈 수도 있단다.

창의적인 발상을 토대로 한 웹 2.0 서비스가 유독 한국시장에서 맥을 못 춘 이유는 10년간 고착된 '장터식 소비습관' 때문이란 지적이다. 그것은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죄다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모드에 기인하며 이 것이 결국 마이크로 사이트 진입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대기업이 움직이면 그에 따라 쏠리고, 대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신뢰도가 떨어지고, 서비스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치부된다”라며 “이는 새로운 창업 의지 싹을 밟아놓는 진입 장벽이 됐다”고 성토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로컬라이징(지역화)에서 단연 대형포털사이트가 우세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국 네티즌들이 좋아할만한 데이터 가공에도 선수급이다. 뉴스캐스트, 쇼핑캐스트, 오픈캐스트 소셜캐스트 등 초기화면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그래서 시작페이지를 차지한 점령군이 한국 인터넷포털 1위란 개념이 절로 생겼다.

이렇다 보니 그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서비스도 아닌 회사가 됐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단일 목적의 서비스를 국내시장에선 마치 애플리케이션 정도로 평가절하해 내려다 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시간 검색 '양날의 칼'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실시간 검색서비스 이점이 되레 사용자가 찾고자 한 정확한 검색결과를 도외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실시간 검색서비스는 왜곡된 진실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고, 여론 조작의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대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실시간 검색서비스인 ‘라이브k(www.livek.com)’도 런칭 이후 정치인들의 가입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털어놨다.

물론 실시간 검색서비스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니터링 하는 유용한 툴일 테지만 반대로 민심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작용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실시간 검색서비스는 ‘양날의 칼’을 지녔다고 말한다.

이재철 대표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만난 한 고고학자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고학이 무엇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지난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학문이라고 답했더니 그 학자는 ‘현재를 탐구하는 학문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국보 11호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장엄이 출토돼 관련 학회 이목이 집중됐는데 이때 지금까지 믿고 지냈던 역사책의 내용이 모두 바뀌게 됐다”라며 “그것은 미륵사 창건 주체가 백제 서동왕자가 아닌 백제 문왕의 왕비이자 백제 최고관직인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로 밝혀졌던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가 말하는 팩트(fact, 사실)는 계속 노출된 정보의 양에 따라 화석화된 것으로 일순간에 계기로 모든 것이 거짓이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실제로 정치와 경제 문화를 보더라도 억압받고 침해를 받은 나라일수록 역사교과서는 아주 간단하고 간교하고 논리 정연해진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공이 오히려 독재였고, 역사의 주인공이 부정부패로 얼룩지는 것을 보더라도 진실에 대한 척도는 없다”고 했다.

결국 진실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판단한 것이란 게 그가 언급하고자 한 핵심이다. 때문에 ‘진실성은 모수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리서치 설문조사 1천명을 모수라고 해봐야 전체 인구에 몇 퍼센트(%)가 되지 않아요. 모든 여론을 수렴했다고 판단하기 힘든 것이죠. 하지만 실시간 검색서비스에서 ‘세종시’에 대한 키워드만 넣으면 초당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죠. 이를 통계로 뽑아 보면 우리가 알고 싶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데이터가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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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정보 앞에선 정보의 왜곡이 원천 불가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간을 두고 모인 데이터를 단락단락 내다 보면 이 사람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가치가 있는가 왜곡된 것이 아닌가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진실여부의 판단은 사용자의 몫으로 돌아가지만 실시간 검색은 이를 결정짓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