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아바타가 만든 UX르네상스의 풍경

일반입력 :2010/01/24 17:19    수정: 2010/01/24 19:30

남혜현 기자

2009년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과 3D 입체영화 아바타가 한국을 덮쳤다. 과거에는 없던 사용자 경험을 선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아이폰은 터치스크린과 소프트웨어를, 아바타는 최첨단 3D 기술을 앞세워 게임의 룰을 단숨에 뒤집었다.

사용자 경험(UX) 혁명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의 발전과 무관치 않다. 기술이 UX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UX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필요조건으로 떠올랐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UX 시대를 이끄는 기술은 크게 2.0 기반 웹서비스와 차세대 입출력 인터페이스로 요약된다. 이들 기술이 점점 무르익고 서로 적절하게 버무려지면서 UX 시대로의 전환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모니터와 마우스를 갖고 컴퓨터로 홈페이지만 보는 수준의 경험을 넘어, 터치스크린, 3D, 동작 인식 센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결합한 새로운 경험도 쏟아지고 있다. PC와 휴대폰 그리고 텔레비전으로 이이지는 이른바, 쓰리스크린을 겨냥한 UX 환경도 확대일로다.

SNS 등 웹2.0 서비스 대중화

2000년대 초반 IT시장에선 웹서비스가 화두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닷넷’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썬원’이 차세대 웹서비스 시장을 놓고 사활건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많은 미디어들이 ‘닷넷 vs 썬원’을 대결구도로 잡은 기사를 쏟아냈다.

당시 웹서비스는 ‘모든 것은 웹으로 연결되며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웹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념을 담고 있었다. 인터넷의 폐쇄성이 강한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UX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메시지는 쏟아졌는데,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았다. 웹서비스의 청사진은 거품으로 끝날 듯 보였다. 웹서비스는 그렇게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상황은 급반전된다. 웹2.0 열풍속에서 웹서비스가 내세웠던 청사진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된 것이다. 닫힌 인터넷은 빠르게 열렸다.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해 확산된 매시업 열풍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확산은 과거와는 다른 웹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선사했다. 웹은 PC는 물론이고 휴대폰, 텔레비전까지 파고들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지원하는 텔레비전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커뮤니티는 물론 게임에도 소셜이란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웹의 발전이 UX의 확장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서울대 이중식 교수는 UX 발전을 이끄는 사회적 트렌드중 SNS의 확산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IT가 점점 소셜화되가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제품이나 플랫폼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소셜이란 메가트렌드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였다.

최근 웹기술의 발전은 개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은 물론 텔레비전까지 개방형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서울여대 이지현 교수는 이제 일반인들도 API툴을 갖고 마음대로 매시업을 할 수 있는 시대라며 열린 인터넷은 사용자 중심의 사고와 혁신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입출력 기술의 발전, UX 르네상스 개막

입출력 기술의 발전도 UX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터치, 3D 기술이 대표적이다.

아이폰 열풍으로 국내서도 '터치'는 '보통명사'가 됐다. 터치는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데스크톱 및 휴대용 PC 등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터치를 설명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는 '직관적’이다. 알기 쉽고 사용하기 편하다는 뜻. 내비게이션 키를 원하는 메뉴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눌러야 했던 버튼방식을 터치는 단번에 변화시켰다. 누르는 게 아니라 단지 손가락을 한 번 싹 미끄러뜨리기만 하면 되는 식으로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귀찮아 했던' 가려운 구석을 긁어준 셈이다. 터치는 사용자의 사소한 불편을 모아 만들어낸 거대한 제품 환경 변화로 볼 수 있다.

터치 기술은 올해도 거침없는 질주가 예상된다.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터치 기반 제품들이 올해 속속 선보일 전망이다.터치스크린 기술 업체 시냅틱스는 최근 차세대 멀티터치 개념 ‘퓨즈’를 선보였는데 휴대폰을 감아쥔 한 손으로 제품 앞, 뒤, 옆 전면을 활용해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 뒷면에 설계된 2D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기능을 탐색하면 그 내용이 휴대폰 전면 LCD를 통해 나타나는 방식이다. 때문에 열손가락이 모두 터치기술에 사용되는 셈이다.

장윤정 시냅틱스 한국지사장은 터치기술이 이젠 주니어에서 성년으로 가는 단계”라며 2010년 고성장을 자신했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도 지난 달 새로운 방식의 모션 콘트롤 기술을 탑재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선보였다. BiDi(Bidirectional Display)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술은 화면과 50c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손동작을 감지해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뉴욕대학 미디어리서치 연구실에서도 최근 신형 멀티터치 기술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연구원들은 직접 터치코란 회사까지 세웠다. 이 회사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전력소모가 적어 1평방피트당 10달러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될 예정이다. 때문에 전자책부터 악기, 노트북 등 디지털 가전 전 영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무제한 동시 터치입력도 지원하며 사람 동작을 스캔해 반응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설명이다.

2010년, ‘3D'의 해 될까?

터치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화두’라면 3D는 올해 화려하게 떠오르는 ‘새로운 키워드’다. 아바타 열풍으로 3D 시대는 크게 앞당겨진 분위기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치러진 소비자가전쇼(CES)에서도 소니를 비롯해 삼성, LG 등 주요 가전업체가 ‘3D 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소니는 2010년형 3D 브라비아 LCD TV를 풀HD 3D 통합TV로 내놨다. 일체형 송신기가 탑재돼 사용자가 원하는 비디오 콘텐츠를 쉽게 받아 볼 수 있으며 3D 화면을 볼 수 있는 ‘액티브 셔터 안경’ 한 쌍이 함께 제공된다.

삼성전자도 3D 발광다이오드(LED) TV, 3D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홈시어터, 3D 안경 등을 발표했다. 미국 리얼D와 기술 제휴도 맺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영화관에서만 감상할 수 있었던 3D입체영상을 거실과 안방의 TV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삼성 디스플레이 사업부 관계자는 입체감은 물론 실물 그대로의 영상과 색감을 더욱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TV 화면에 3D 이미지를 띄우고, 3D 기판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리얼D사의 기술력을 통해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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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뿐만 아니다. 노트북을 비롯한 컴퓨팅 시장에서도 3D는 블루칩으로 통한다. 줄리 라슨 그린 마이크로소프트(MS)사용자경험(UX)부문 부사장은 3D가 다음 10년 동안 업계를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컴퓨터에 내장된 3차원 카메라는 (이용자가)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며 3D가 UX를 확 바꿀 것임을 분명히 했다.

3D와 멀티터치가 하나로 융합되는 장면도 연출된다. 뉴욕타임스 R&D연구실 UI 전문가 닉 빌턴은 “IFSR 기술을 통해 우리가 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즉각적으로 변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