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앱스토어 드림’에 개발사는 울상

기자수첩입력 :2010/01/08 14:33    수정: 2010/01/08 15:15

정윤희 기자

연초부터 한국인 개발자의 애플 앱스토어 선전소식에 마음이 훈훈하다.

한국 개발자 최강우씨가 제작한 게임 `카툰워즈 거너`가 금주 미국 앱스토어 유료게임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분명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입증한 쾌거다. 최 씨는 전작을 포함해 ‘카툰워즈’ 시리즈로 약 7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로라하는 모바일 업체나 디지털 콘텐츠 업체가 아닌 개인 개발자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앱스토어 드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오픈마켓에서는 누구나‘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언론도 열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더욱 열심히 최씨의 기사를 퍼다 날랐다.

그러나 내심 걱정도 된다. 많은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드림’에 너도나도 목을 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한 지인은 앱스토어 대박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많은 개발사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한다. 일부 개발자들이 회사 몰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고려하거나 혹은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이 퇴근 후 개인적으로 무엇을 개발하든 자유지만 근무 시간 중에 ‘알트 탭(Alt+Tab)’ 신공을 쓰는지 까지는 알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앱스토어 성공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게임 개발자 B씨의 뒷이야기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B씨의 경우, 대박이 오히려 악재가 된 경우다. 당시 온라인 게임사에 근무했던 B씨는 지난해 3월 개인적으로 만든 앱스토어 게임의 성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가외 수익을 벌어들인 것은 좋았으나 기쁨은 잠시였다. 몰려드는 언론 취재에 인적 사항과 직장까지 낱낱이 밝혀졌다. 자연히 직장 상사 및 동료들의 눈치가 심상찮았다. 결국 B씨는 정든 직장을 떠났다.

이번에 수억 원대의 대박을 터뜨린 최강우씨도 6년 간 모바일 게임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사 후 회사를 차렸다. 어떻게 보면 B씨와 최씨의 경우 모두 투잡(two-job)이 불가능하다는 방증은 아닐까.

남들은 수억원을 벌었다는데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하면 되지’라며 너도 나도 뛰어들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개발자들 사이에 팽배해질까 우려된다. 일부 대박 사례만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오픈마켓 시장은 그 확률만 보면 여전히 ‘모’ 아니면 ‘도’다.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드림’의 허상을 정확히 인식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