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바일TV 시장' 한국이 이끈다

일반입력 :2010/01/08 15:59

미국 모바일TV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업계가 선두에 나섰다. DMB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제조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모바일TV사업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때문에 업계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방송사들은 북미식 모바일TV기술 표준(ATSC-M/H)을 확정했다. 올해부터 미국 전역의 30여 개 도시 88개 방송사를 통해 모바일 디지털TV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ATSC방식의 기술적 한계로 무료 모바일TV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미국의 HD 디지털 방송을 송수신하기에 ATSC방식은 전파를 압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 중소기업 등 북미 모바일TV시장 선점 나서

미국에서 모바일TV가 가능해진 계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덕분이었다. 모바일 기기에서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ATSC-M/H 기술이 바로 양사 공동의 작품이다. 이로써 미국의 방송사들은 별도의 주파수를 할당받지 않고 기존 방송사가 보유한 주파수 중 일부를 사용하는 모바일 방송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관련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TV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LG전자는 소비자가전쇼(CES) 2010에서 북미식 모바일 디지털TV 표준을 지원하는 세계 최초 상용제품인 휴대용 DVD플레이어(모델명 DP570MH)과 휴대폰을 선보인다.

디지털 방송 신호를 영상, 음향, 데이터 신호로 각각 분리해 처리하는 핵심 부품인 모바일 디지털TV 수신칩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LG전자는 2008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 디지털 TV 수신칩(모델명 LG2160A)을 개발해 이미 대량 양산체제를 갖췄다.

백우현 LG전자 사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수신칩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에서 모바일 디지털TV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도 기회다. 중소기업 밸럽스 역시 티빗(Tivit)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한 모바일 방송 장비를 소개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MB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도 DMB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TV에 대한 장밋빛 전망, DMB를 보면 '글쎄'

모바일TV에 대한 미국 내의 전망은 낙관론이다. 시장조사기관 TSR은 모바일 디지털 TV 제품이 2011년 300만대, 2012년 800만대, 2013년 13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BI 리서치의 보고서는 2013년에는 서비스 이용자가 3억9천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모바일TV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미국은 주파수 확보에 별다른 장벽이 없어 시장진입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자본금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을 송출한다.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다.

두번째는 지리적으로 평지가 많아 중계설비를 적게 세워도 된다는 점이다. 방송사업의 큰 장애물인 설비투자액을 줄일 수 있어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대량의 콘텐츠 확보, 투자 비용부담 축소 등의 조건을 바탕으로 하면 광고시장에서 막대한 수입을 거둘 수 있으리란 것이 미국업계의 계산이다.

하지만 5년째 DMB를 서비스 중인 국내 방송사들의 시선은 조심스럽다. DMB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지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빌딩 내부에서는 수신이 어려워 추가설비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도 DMB사업초기에 광고시장의 전망을 1천억까지 내다봤었다며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DMB 광고시장규모는 예상치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고 말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DMB의 무료방송을 부러워 한다”면서 하지만 OMVC측에 광고수입에 대한 현황을 보여주면 미국은 다르다며 지나쳐 버린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보렐 어소시에이츠의 고든 보렐 대표는 지역 방송사들은 모바일TV에 광고 수익이 늘어날 때까지 초기 투자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에코시스템 구축

DMB가 어려움을 겪었던 원인은 방송사와 이동통신사간의 협조부족에 있었다.

DMB는 2005년 방송사가 송출준비를 완료했음에도 단말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2005년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었던 DMB지원 휴대폰은 이통사의 거부로 다음해 1월이 돼서야 출시됐다. 결국 첫 DMB지원 단말기는 휴대폰이 아닌 내비게이션이었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광고수입은 방송사에게만 이익일 뿐 이통사에게는 아무런 소득이 없기 때문에 이통사에서 DMB탑재를 망설였다고 설명했다.

업계 공조 없이 광고시장에만 의존해서는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모바일TV 사례로써 증명된다. 일본의 원세그도 수익모델 부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모든 휴대폰에 반드시 탑재된다는 확실한 장점에도 방송사와 이통사 간 갈등으로 사업모델 논의조차 없다. 방송사가 열심히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도 이통사측이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미국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버라이즌, AT&T 등의 통신업체들은 방송사의 구애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무료방송이기 때문에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모바일TV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송사의 콘텐츠, 이통사의 네트워크, 단말제조사의 기술이 결합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DMB2.0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YTN DMB의 이승엽 차장은 데이터방송과 이통사의 무선인터넷망을 활용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해 수익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체와 이통사의 협력을 통한 단말기 보급도 적정수준에 이르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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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차장은 미국방송사들도 수익모델로 모바일 데이터방송의 가능성에 인식을 같이한다며 DMB2.0 이 성공하면 모바일TV의 사업모델로 미국에 역제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TV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교류는 활발하다. DMB는 일종의 반면교사(反面敎師)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모바일TV방송을 추진 중인 방송사연합체 OMVC(Open Mobile Video Coalition)는 LG, 삼성 등 제조업체에 수시로 조언을 부탁한다. 국내 DMB방송사들도 서비스모델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