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파격인사, 4가지 관전포인트

일반입력 :2009/12/16 18:18

송주영 기자

삼성전자가 16일 정기인사에서 '승진잔치'를 벌였다. 사상 최대 승진폭인 177명(부사장12명, 전무39명, 신규임원 126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것은 세대 교체가 그만큼 거셌다는 의미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15일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를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에 선임한데 이어 최지성 사장 단독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예상보다 변화폭이 컸다는 평이다.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지만 이번 인사에 담긴 메시지는 ▲성과 보상 ▲글로벌·여성 인력 육성 ▲3세 경영기반 구축 등으로 요약된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성과있는 곳에 승진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매출 13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성과면에서 여러 기록을 세웠다. 사상최대 분기 매출에 시가총액으로 인텔을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에서 소니를 따돌린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인텔 시가총액을 뛰어넘기도 했다. 현재 주가는 당시 80만원대에 비해 떨어져 70만원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으나 지난해만 해도 인텔을 앞선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익도 지난 2004년 이후 5년만에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까지의 누적매출은 97조원, 영업이익은 7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반도체 부문이 흑자로 전환되면서 올해 2, 3분기에 걸쳐 전 부문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는 경기침체 영향권에서 일찌감치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사상최대 실적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대부분 IT 제품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PC, LCD TV, LED TV, 휴대폰 등이 모두 두자리수의 수요 증가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기록은 이번 인사에서 보상으로 이어졌다. 올해 초 91명에 그쳤던 승진폭은 177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글로벌여성 인력 '중용'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글로벌 IT업체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지난 10월 40주년 행사에서 제시한 전략과제인 글로벌, 여성인력 비중을 확대한 열린 조직 문화 구현 가능성을 열었다.

이미 삼성전자는 D램, LCD 시장에서는 세계시장 1위를 하고 있고 전 세계 각지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이지만 2020년까지 매출 4천억달러 달성으로 IT업체 압도적 1위, 글로벌 업체 1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현재 45% 수준인 해외인력 비중을 2020년에는 65%까지 확대하고, 한국에서 근무하는 글로벌직원도 현재 850명에서 2020년에는 2천명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대졸여성인력도 현재 9천여명에서 1만5천여명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외국인 1호 임원인 데이빗 스틸 북미총괄 마케팅 전무가 승진한 것과 함께 프랑스 휴대폰 시장, 북미 TV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외국인 임원 4명이 승진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정성미 상무, 조은정 상무 등 여성 임원도 생활가전사업부, 마케팅교육 등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오너일가 '전진배치'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인사를 통해서는 오너 일가의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 우선 삼성전자 인사를 통해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돌아왔다.

이 부사장은 COO 역할을 맡으며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책임지게 된다. 여기에 이 부사장과 친분이 두터우며 성공신화를 여러 차례 쓴 최지성 사장이 단독 사장으로 취임하며 투톱체제를 갖춰 이 부사장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경우 젊은 사장들이 중용되면서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완료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전기, 제일모직 등 오너 일가가 포진해 있는 그룹 계열사도 인사를 통해 3세들이 전진배치됐다. 이부진 전무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이번에 승진했다.

조직개편 발표도 '관심'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사장 인사, 16일 임원 인사에 이어 이번주 안으로 조직개편안도 발표할 예정으로 글로벌 공격 경영 등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조직개편안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전 삼성SDI 김순택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취임한 신사업추진단 윤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소프트웨어, 솔루션 위주의 21세기형 사업구조로 변신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런만큼 의료세트와 부품 위주의 정보, 통신, AV 중심 사업 구조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신사업추진단에도 삼성전자가 추진할 비전이 크게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