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or 개방? 데이터센터 종속성 논란

일반입력 :2009/12/14 17:51

황치규 기자

효율성이 우선인가? 선택의 폭을 확보하는게 중요한가? IT인프라를 놓고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기업들은 어디에 손을 들어줘야할까?

차세대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둘러싼 업체간 주도권 경쟁이 IT인프라에 담긴 사상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이른바 이념대결(?)로까지 옮겨붙었다.

다소 폐쇄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효율성이 우선이다는 쪽과 고객들이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고 IT인프라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편에는 휴렛패커드(HP)와 시스코시스템즈가, 개방과 유연성을 외치는 진영에는 델이 선봉에 섰다.

델은 최근 이기종 IT환경 관리 솔루션을 발표하며 HP가 시스코를 상대로 폐쇄성과 종속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HP와 시스코가 판매하는 올인원 장비를 도입할 경우 고객들은 특정 업체에 묶이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델의 프라빈 아스타나 부사장은 "경쟁 업체들은 독점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들을 묶어두려 하고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공급 업체에게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몰아부쳤다.  델은 이기종 환경을 지원하며 고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HP와 시스코는 최근들어 올인원 장비에 전력을 전진배치하고 있다. HP는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합한 블레이드 매트릭스, 시스코는 서버와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은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 확산에 적극 나섰다.

시스코의 경우 최근 EMC와 아카디아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서버와 스토리지, 가상화,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통합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HP도 쓰리콤을 삼키며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간 컨버전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HP의 이같은 행보는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으로 요약된다.

통합 플랫폼을 내놓으며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포인트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 비효율적인 IT인프라를 개선하는게 기업들이 풀어야할 당면 과제로 떠오른 만큼, 올인원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인원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종속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편하기는한데, 한번 도입하면 그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시스코 플랫폼을 일단 쓰면 시스코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델은 지금 이 부분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델의 아스타나 부사장은 "이기종 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는 콤포넌트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델이 추진하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략은 이같은 방향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델에 따르면 이 회사가 제공하는 콤포넌트는 고객들이 운영하는 기존 IT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델은 비즈니스 레디 컨피규레이션과 슬로건을 갖고 나왔다. 이기종 환경 관리 솔루션인 '어드밴스드 인프라스트럭처 매니저'도 발표했다.

이들 솔루션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연동되는게 골자. 기업들은 비즈니스 레디 컨피규레이션 아키텍처에서 경쟁사 제품을 포함한 제품을 골라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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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시스코와 HP는 자신들의 솔루션은 독점적이라기보다는 긴밀하게 통합된 솔루션으로 기업들이 효율성을 강화하고 비용 절감을 이루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HP의 전인호 전무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한개 또는 두개 업체에서 플랫폼을 도입하는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둘러싼 종속성 논란은 어떤 앵글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게자그룹의 클레이 라이더 애널리스트는 "HP와 시스코 그리고 델이 벌이는 논쟁은 인식의 문제"라며  "독점화로 비뤄지는 부분이 다른 관점에서는 차별화된 가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