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교토-코펜하겐: 뜨거워지는 지구 살리기

일반입력 :2009/12/10 16:01    수정: 2009/12/14 14:11

이재구 기자

[이재구코너]교토 -코펜하겐: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자

최초의 국제 온실가스 감축 합의(1997년 12월11일):인류의 미래가 기후에 달려있다

■뜨거워지는 지구를 걱정하다

“더 이상 온난화되고 있는 지구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획기적 대안이 필요하다.”

1997년 12월11일.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지구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의 고도 교토에 모였다. 이른 바 교토의정서(The Kyoto Protocol) 채택을 위한 모임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대기온도의 주범인 온실가스로 향하고 있었다.

대표적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는 이산화탄소, 메탄,이산화질소,6산화황 등 4종의 온실가스가 지목됐다. 남극의 빙핵을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기후변화와 직결되고 있음이 판명됐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교토의정서’란 이름으로 온실가스의 대표격인 이산화탄소 감축안에 합의했다. 회원국과 산업용가스배출이 많은 선진공업국들(Annex1)을 대상으로 총 6종의 온실 가스(및 가스)에 대한 합법적 규제를 촉구하는 내용도 채택됐다.

특이한 것은 온난화 주범 메탄가스의 상당량이 소,양 등 초식동물의 방귀로 배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메탄가스의 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5배에 이르렀다.

각국 대표는 2012년 끝나는 의정서에서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 이상 높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모임에서는 탄소배출권 교환(Caps and Trade)이란 메커니즘을 채택, 청정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선진국에 팔수 있도록 시스템화 했다.

인구비율이 전세계 인구의 3%에 불과하지만 석유사용량은 25%인 미국은 끝내 서명하지 않았다.

■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

“(위기가)과학적으로 이처럼 분명하게 나타난 적도, 지금처럼 풍부한 해법이 있었던 적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이처럼 강력했던 적도 없었습니다.”

2009년 12월 7일. 덴마크 코펜하겐시 벨라센터에 모인 각국 대표단 앞에서 한 여성이 12일간 일정으로 개막된 기후변화협약회의의 기조연설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CNN을 통해 생생히 전달된 코니 헤데가르드 의장의 말은 청충의 귓속을 쟁쟁하게 울렸다.

“이 모임이 역사에 남도록 합시다. 저탄소시대의 문을 열어갑시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도록 합시다. 그것도 즉시!”

헤데가르드의 연설은 화석연료사용량을 조금씩 가이아 지구를 더이상 뜨거운 온실가스로 자극하지 말고 건강성을 회복시켜 주자는 호소였다.

교토의정서 모임에 불참했던 미국이 환경특사를 보내는 등 시작은 괜찮은 듯 보였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C2, 즉 전세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양강인 미국과 중국이 거센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환경문제를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은 마치 과거 핵무기 감축규모를 두고 으르렁대던 미국과 구소련이 으르렁대던 군사 회담장 분위기와 흡사해 보였다.

하지만 그 본질은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이산화탄소배출권을 챙길 수 있을까 하는 경제이권 챙기기였다.

■기온 상승에 따른 가이아의 복수

산업혁명이래 지난 15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0.8℃ 쯤 올라갔으며 이번 세기 동안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더 높아짐으로써 온도상승도 더 가팔라지리란 게 지금까지 나온 기후학자들의 전망이다. 지난 2001년 정부간기후변화회의(IPCC)는 지구 기온이 6℃까지 상승할 수 있음을 예견한다. 1998년 시점에서 예측한 10년 단위의 기후변화치를 보면 저온 시나리오의 경우 0.06℃씩, 중간시나리오는 0.3℃씩, 고온시나리오는 0.8℃씩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되는 대지의 여신, 즉 지구의 여신 가이아(Gaia)의 복수는 영국의 환경작가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Six Degrees)’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기온이 1℃ 상승하면 기후변화에 적응치 못하는 작은 동식물들이 슬며시 멸종한다. 전세계 곡창이 파멸하고 식료품값이 앙등한다. 흙을 붙잡아줄 식물이 줄면서 모래폭풍이 내륙곳곳을 유린한다. 산호초는 붕괴되고 극지대와 영구동토대가 녹는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섬나라들이 가라앉는다.

2℃가 오르면 비를 동반한 몬순기후의 성격이 바뀌고 초거대 가뭄이 발생한다. 수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노인들이 더운 집안에서 죽어간다. 히말라야,안데스의 빙설이 마르고 물은 귀중품이 되며 농업은 붕괴된다. 북극 빙하가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지만 북극곰은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다.

3℃가 오르면 더위로 인간 생존이 한계에 달한다. 저수지가 마르고 기아와 함께 거주지들이 사막화된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말라 최악의 화재가 발생하며 숲이 전멸한다. 해안은 슈퍼허리케인에 파괴된다. 뜨겁고 메마른, 혹은 침수된 지역 주민들이 식량과 집을 찾아 대이동을 시작한다. 가난한 나라의 고통받는 사람들과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갈등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냐 ‘지속 가능한 퇴보’냐?

노벨상을 수상자를 포함한 몇몇 저명한 과학자들은 화석연료를 쓰고 싶은 대로 뿜어내면서도 가이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시 이산화황이 성층권을 가려 대기온도가 내려간 것을 봤던 이들은 비행기연료에 이산화황을 섞어 뿌리는 태양광 차단 방식을 떠올렸다. 또다른 이들은 대기 중에 거대한 알미늄 태양광 반사스크린 거울을 띄워 태양광을 반사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임스 러브록같은 석학은 북반구의 매연으로 지금 인류는 뜻하지않게 매연으로 차가운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바보의 기후 상태’에 있다며 지속가능한 퇴보를 선택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이런 가운데 지금 코펜하겐에서는 산유국과 후발 공업국들이 이같은 거대한 생태살리기에 동참하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참가국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코펜하겐 항구에 다윈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을 패러디한 마른 남자가 살찐 여자를 업고 가는 조각-‘살찐(잘사는)사람 생존(Survival of the Fattest)’-이란 작품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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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당장 얄팍하게 이산화황을 대기에 뿌려 계속 지구생태계를 교란하면서 풍족한 소비생활을 즐기다가 후손에게 2~3˚C의 악몽에 시달리게 할 것인지, 정공법을 택해야 할지의 기로에 서있다.

영국정부가 지원한 스턴리뷰보고서는 지구환경변화의 영향을 극소화하기 위해 전세계 GDP의 1%가 투자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GDP 20%가 감소되는 사태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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