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머독은 구글을 버릴 것인가?

기자수첩입력 :2009/12/03 19:12    수정: 2009/12/04 01:02

황치규 기자

"뉴스 무료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무료화로 100만명의 유료 가입자 대신에 전세계에서 적어도 1천만명에서 1천500만명의 독자들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누구의 입에서 나온말인지 궁금하신가? 2년전 뉴스코퍼레이션을 이끄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하며 했던 말이다.

혹자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부르짖는 요즘의 루퍼트 머독만 봐왔던 이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것도 여러차례.

기자의 눈에 비친 루퍼트 머독은 2년전만해도 무료 온라인 뉴스를 지지하던 입장이었다. 유료보다는 무료가 온라인 뉴스로 수익을 올리는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급변하는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식의 논리를 폈던 이가 바로 루퍼트 머독이었다.

그러나 2년만에 머독은 사상을 개조했다. 무료화에서 '온라인 뉴스 유료화 옹호론자'로 완전히 돌아섰다. 머독이 생각을 바꾼 것은 수익 때문일 것이다. 검색엔진을 타고 들어오는 트래픽은 늘었는데, 생각했던 만큼의 수익으로는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료화를 강화하는쪽으로 방향을 돌렸을 것이다.

'검색황제' 구글을 빼놓고 머독의 변신을 얘기할 수는 없다. 무료화를 말할때도 유료화를 외칠때도 머독은 구글을 놓고 판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료화에 긍정적이던 시절에는 구글을 통한 수익 확대의 가능성을, 유료화로 돌아서면서는 구글의 '무임승차'를 비판하는 논리를 폈다.

머독이 요즘 구글을 향해 던지는 말은 독설을 넘어 가끔은 저주에 가깝다. 틈만 나면 구글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신문산업이 안되는 것은 '구글 때문'으로 보는 듯한 분위기도 진하게 풍긴다. 머독의 독설에 구글은 신문의 변화를 촉구하며 맞섰지만 "니말도 일리가 있네"할 머독이 아니다. 머독에게 구글은 여전히 자신이 공들여 만든 뉴스를 날로 먹으려는 뻔뻔한 회사일 뿐이다.

머독의 공세는 효과가 있었나보다. 구글이 미디어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다. 신문 등 언론사들이 독자들이 해당 언론사 웹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고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퍼스트 클릭 프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밝힌 데 이어 언론사가 구글뉴스에서 자신들의 콘텐츠도 쉽게 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머독이 어떻게 화답할지는 모르겠다.  온라인 뉴스 사업에 대한 머독의 논리는 현재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다양한 유통 경로를 확보한 뒤 성공적인 유료화 모델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머독에게 구글은 얄밉게 보이겠지만 매력적인 유통 경로중 하나일 수 있다. 현재 독자들은 구글을 통해 WSJ 온라인판에 유료로 가입하지 않고도 기사를 읽을 수 있다. WSJ도 이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막지는 않는다. 왜? 구글에서 빠지면  트래픽의 25%가 날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머독이 구글과 결별했다고 하자. 25%의 트래픽중 일부는 WSJ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돈이 아까워 다른 신문 기사만 보겠다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관건은 그 비중이지 싶다. 어느쪽이 대세냐에 따라 머독의 선택은 전혀 다른 결과를 연출할 수 있다.

공격적인 사업가인 머독이 주판알을 어떻게 튕길지 너무너무 궁금해진다.  다양한 유통 경로를 확보해 수익을 강화한다는 화두는 기자가 속한 회사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테마다.  그런만큼 기자도 구경꾼 입장에서 마음편하게 바라만 볼 수 없는 처지다. 

개인적으로 WSJ은 유료화를 해도될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는 입장이다. 실제 적지않은 사용자가 WSJ을 유료로 보고 있다. 보기드물게 성공한 유료 뉴스 서비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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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글뉴스에서 WSJ뉴스를 공짜로 보는데 익숙해진 사용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까? 기자는 아직 아닐 것 같다는데 한표 던지고 싶다.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보다는 WSJ은 안보고 다른 신문 뉴스를 계속 공짜로 보려할 것 같다. 머독이 구글에서 빠져줬으면 하는 언론사나 뉴미디어들도 있을 것 같다.

선택의 공은 이제 머독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