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시장에도 '짝퉁' 경계령

일반입력 :2009/11/29 14:50    수정: 2009/11/29 18:41

남혜현 기자

명품 가방처럼 이어폰 시장에도 짝퉁 제품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정품보다 짝퉁이 더 많이 팔린단다. 정품인줄 알고 샀던 고객이 AS가 안돼 불만을 터뜨리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이에 이어폰 업체들이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짝퉁 때문에 매출도 줄고 브랜드 신뢰도도 상처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고발은 물론 사용자들을 상대로 정품 사용을 호소하는 장면도 종종 목격된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어폰 및 헤드폰 시장은 약 420억원 규모다. 그러나 '정품보다 많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는 가짜제품은 그 규모를 추산하기조차 힘들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 특히 올해들어 가짜 제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가짜 이어폰 유통, 환율 때문?

오픈마켓 이어폰 및 헤드폰 카테고리에서 ‘젠하이저 MX400'을 검색하면 약 200여개의 상품이 나온다. 현재 이 제품의 정가는 1만9천원. 그러나 검색된 제품 중 절반가량이 1만원이하에 판매되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짝퉁‘이라는 게 젠하이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젠하이저 이어폰을 유통하는 유승복 SDF 인터내셔널 대표는 “오픈마켓에서 정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30개 업체 제품 중 무작위로 구입한 제품 10종이 전부 가짜였다”면서 “가장 큰 차이는 음질”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가짜제품이 활개 치는 원인을 올해 안정세를 찾은 환율에서 찾았다. 환율이 높았던 작년에는 이렇게 많은 수의 가짜 제품이 유통되지는 않았다는 것.

환율이 낮아지면서 정식 유통업체를 거지지 않은 직수입 병행제품이 대거 유통되기 시작했는데, 이틈을 타 가짜 제품도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품인증서가 없어 AS는 안되지만 엄밀히 말해 병행은 가짜는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병행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가짜제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이 만들어진 가짜도 많다”면서 “그러나 조금만 듣고 있어도 귀가 아플 정도로 음질 차이가 나는 가짜 제품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틴 로우 젠하이저 부사장도 가짜는 AS를 받을 수 없다면서 공신력 있는 정식 판매처를 통해 구입해줄 것을 호소했다.

오디오테크니카도 짝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50% 이상 저렴한 가짜 때문에 정품 판매가 비틀거릴 정도다.

오디오테크니카 제품을 유통하는 극동음향 이보수 주임은 “현재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오디오테크니카 제품 거의 전부가 가짜”라며 “블랙마켓에서 유통되는 오디오테크니카 제품 규모는 1억원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또 “예전부터 짝풍은 조금씩 있었지만 이렇게 활발해진 것은 올해부터”라며 “작년까지 한 두 품목에 불과하던 가짜가 이제는 인터넷을 아예 장악해버렸다”고 토로했다.

고가 이어폰 구입 땐 ‘정품인증서’ 확인 필요

가짜 제품이 늘어난 데는 이어폰 제품이 점차 고가화 되는 것도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MP3플레이어나 휴대용 음악기기에 번들로 제공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주로 사용한다는 얘기는 이제 점차 옛말이 돼가고 있다는 것.

보스 브랜드를 총판하는 세기HE 황성준 황성준 차장은 '비교적 고가인 15만원 상당의 헤드폰을 찾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중고등학생들이라며 아이팟 등 휴대용 미디어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점차 고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찾는 사용자가 느는 추세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는 소비자들이 속아서 가짜제품을 사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정품인증서’를 확인해달라고 주문한다. 최근 출시되는 유명 이어폰 브랜드는 전제품에 한글로 된 ‘정품인증서’가 담겨 있다.

이어폰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제품 대부분이 정품인증서를 동봉하고 있다”면서 “보증서 없이는 AS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구입전에 꼭 인증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 브랜드 형사고발 잇따라

짝퉁 이어폰을 둘러싼 공방은 해당 업체가 짝퉁 공급 업체를 고발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세기HE는 가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나 개인이 발각되는대로 고발 조치를 취했고 덕분에 고발된 업체는 짝퉁 제품을 전량 폐기처분했다고 한다.

세기HE 황성준 차장은 “작년 6월 처음 가짜 제품을 발견했고, 즉시 싹을 잘랐다”면서 “현재 보스 가짜제품은 인터넷상에는 거의 없고 오프라인에서 간혹 발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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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음향 역시 최근 몇 건의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이 회사 이보수 주임은 “중국에서 오디오테크니카 제품 중 인기 있는 모델을 그대로 카피해서 병행제품인 것처럼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가짜로 의심되는 제품을 구매해 본사로 보내 가품확인 과정을 거친 후 형사고발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짝퉁 판매 업체가 많게는 한달에 약 3천만원 정도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온 개인사업자들이 대부분인데, 앞으로 단속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