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 RIA를 말하다

일반입력 :2009/11/24 09:21    수정: 2009/11/24 18:00

황치규 기자

사용자 경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보다 나은 웹경험을 제공하는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UX와 RIA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기업들은 물론 변화를 모색하는 개발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급부상중이다. 모험을 걸어볼만한 분야라는 것이다.

RIA 솔루션 업체들도 자사 플랫폼을 쓰는 개발자 확산을 위한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플래시로 유명한 어도비시스템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해당 업체의 얘기는 핑크빛 전망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RIA를 둘러싼 현실은 플랫폼을 활용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개발자들을 통해 보다 제대로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에 어도비 플래시 개발을 주특기로 하는 배준균(한국키스코), 오창훈(NHN), 강성규(코발트60), 이준하(리아소프트)씨에게 RIA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고객이 RIA를 원하고 있다

RIA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요구는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 단순한 RIA 환경을 벗어나 보다 입체적이고 비즈니스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단다.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차별화를 넘어 비즈니스를 고려한 UX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배준균씨의 말이다.

"2005년 초기에는 플렉스에서 제공되는 기본 콤포넌트로 충분히 고객 요구를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본 콤포넌트를 사용하는 단순 시각화에서 벗어나 RIA로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끌어낼까 하는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모습을 우리 프로세스에 도입해 어떻게 비즈니스 가치를 올릴 수 있을까를 고려하고 있다."

이준하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대시보드에 지도를 넣을 때, 지도 이미지를 불러와 포인트를 찍어 값을 표시했는데, 최근 고객은 좀 더 인터랙티브한 시각 효과를 원하고 있어 지도 위에 비행기가 날라 다니거나, 지도를 자유롭게 회전하는 등 그래픽 효과를 원한다. 이런 경우 플렉스로만 구현하기 보다 인터랙티브한 부분은 플래시로 구현해 플렉스로 불러와 작업하고 있다."

RIA가 제공하는 가치중 하나는 다양한 웹브라우저와 운영체제(OS)를 지원하는, 이른바 크로스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플랫폼을 쓰는 사용자가 압도적이지만 모바일 환경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구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도 크로스 플랫폼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RIA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배준균씨는 "기업 업무시스템의 경우 통일된 웹브라우저와 OS를 사용하기 때문에 멀티 플랫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지만 다양한 웹브라우저와 OS지원이 갖는 의미는 RIA가 디바이스까지 확장된다는 것"이라며 "PC를 넘어 디바이스까지 동일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OS나 웹 브라우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를 위한 중간단계에 접어들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절대 다수가 MS 윈도OS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쓰고 있는 만큼, 소수 플랫폼 사용자들은 대단치 않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사용자를 거느린 서비스의 경우 1%도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다. 오창훈씨는 네이버 가계부의 경우 런칭 2개월 만에 45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데, 1%라고 해도 4천5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에서 다운로드 기능을 구현할 때, 서버에서 다운로드 한다면 부하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클라이언트가 부하를 담당할 수 있도록 액티브X를 이용하는데, 이럴 경우 익스플로러가 아닌 브라우저 사용자들은 다운로드기능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소수 플랫폼 사용자들은 배제되는 것이다. 이에 NHN은 액티브X를 지원되지 않는 브라우저를 지원하기 위해 어도비 에어(AIR)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오창훈씨는 전했다.

이준하씨도 "파일 핸들링을 하기 위해 액티브X를 사용하는데, 기업에선 신규 개발 부담으로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다보니 플래시 콘텐츠에 액티브X로 구현된 부분을 넣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신규로 개발되는 서비스의 경우,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웹 콘텐츠와의 호환을 고려해 액티브X 대신 AIR를 도입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RIA, 알고 도입해야 한다

RIA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다보니 충분한 검토나 고민없이 '일단 도입해보자'식의 접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RI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짚어 넘어가야할 사안이 아닐까 싶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이준하씨는 "간혹 RIA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RIA를 자바나 HTML의 화려한 버전 정도로만 보고10일 내에 몇페이지를 구현할 수 있냐’는 식으로 페이지를 찍어내주길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서 "개발자들도 RIA의 개념을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RIA가 갈길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배준균씨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어도비 엔터프라이즈용 RIA 개발 플랫폼인 플렉스를 예로 들어 "대학에서도 플렉스 강의가 개설되고 신입사원도 쉽게 플렉스와 기존 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게 되는 등 플렉스 개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HTML과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RIA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RIA 개발자도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성규씨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10년 가까이 플래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사실 플래시가 더 익숙하지만, 최근 실용성을 강조하는 고객이 늘다 보니 플래시와 플렉스를 함께 고려하게 된다"면서 "간혹 고객 중에 플래시보다 플렉스를 더 앞선 기술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고객에게는 플렉스와 플래시의 장점과 어떤 경우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개발자들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들부터 공부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어도비 RIA를 다루다보면 플래시와 플렉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플렉스는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특화된 플래시 개발 플랫폼으로 보면 된다. 서로 다른 듯해도 실제 RIA 프로젝트에선 플렉스와 플래시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배준균씨는 "플렉스는 개발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콤포넌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무겁다고 느낄 수 있지만 충분히 다이어트가 가능하다"면서 "플렉스와 플래시는 문제를 해결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게 맞다, 저게 맞다’의 관점이 아니라 도입 고객 입장에서 요구사항이나 유지보수 등의 요건에 맞춰 적합한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플렉스 빌더는 플래시 빌더로 이름이 바뀌었다. 플래시란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어도비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준하씨는 "최근 MMORPG와 같은 웹 게임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게임은 플래시로 작업하기 좋은 애플리케이션"이라며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진출 등 플래시가 어떤 모습으로 활약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성규씨는 "최근 트렌드를 보면 비주얼 효과가 화려해지고 있는데, 플래시에서 광범위하게 애니메이션, 비주얼, RIA 개발 등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Flash가 좀 더 화려한 그래픽 작업을,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B2C에서의 RIA 개발은 플래시빌더4에서 구현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차세대 RIA는 오픈 환경 멀티 플랫폼

개발자들은 앞으로도 RIA의 적용 분야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RIA가 단지 정보를 표현하는 도구였다면 앞으로는 차세대 RIA에 담긴 콘텐츠 자체가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란 설명이다.

오창훈씨는 "지금까지 RIA를 구축할 때 콘텐츠는 기업이 보여주고 싶은 정보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다른 사람과 나의 연관 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서비스로 RIA 적용 분야가 확장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차세대 RIA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많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RIA 기술은 PC를 넘어 스마트폰과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파고들고 있다. 배준균씨는 "다양한 디바이스에서의 디스플레이 또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2D 이상을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의 등장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하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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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RIA는 네트워크가 가능한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장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차세대 RIA는 커뮤니케이션과 기술적 접근까지 포괄한 확장된 오픈(Open) 환경이 지원되어야 누구나 자유롭게 혁신적 인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폐쇄적 구조에서는 경험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강성규씨도 "현재 RIA는 하나의 기술 또는 플래시나 플렉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RIA는 사용자에게 많은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이라며 인터넷에 국한된 게 아니라, 자동차 계기판, 냉장고의 디스플레이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사용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