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뚝뚝한(?) 애플리케이션

일반입력 :2009/11/19 09:04    수정: 2009/11/19 09:05

최영석

사용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은 서비스샵의 성격이다. 업무를 위해 필요한 편리한 기능들을 서비스샵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IT에 친숙한 사용자들은 물건을 더 팔거나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들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IT에 덜 친숙한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데 서툴다. 이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방문하게 되면, 어떤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능을 알고 있더라도 IT에 친숙한 사용자들에 비해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IT조직은 사용자들 중에 IT에 친숙한 사람들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전략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용자들의 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사용하기 어려운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특히 친절하지 못한 애플리케이션은 IT에 친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을 IT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들고, 불만을 양산시키고 있다.

■‘서성’거리게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어떤 조직을 처음 방문하는 경우, 해당 부서를 찾느라 고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복도에 걸려있는 부서명을 한참 읽어보기도 하고, 몇 개층을 왔다갔다 해보기도 하다가, 결국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경비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애플리케이션도 동일하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애플리케이션의 복잡한 메뉴를 들여다보면서 어디에서 본인 업무를 서비스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당연히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찾아 헤매다가, 메뉴 귀퉁이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본다. 그런 전화번호도 없는 경우는 애플리케이션 사용 경험이 풍부한 옆의 선배나 동료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는 이들조차도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특정 메뉴 밑에 있었던 기능이 말도 없이 ‘이사’를 가 버린 것이다. 사용자의 직관과 일반적인 판단으로 메뉴를 찾아나가기 어려운 난해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어플리케이션들은, 방문한 사용자들을 쓸데없이 배회하게 만들고 있다.

■‘결과’만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화면

음식점의 경우, 서비스가 좋은 음식점과 그렇지 않은 음식점은 고객 주문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서비스가 좋은 음식점은 고객이 주문하면, 주문한 내용을 다시 확인(confirmation)시켜 주고, 주문한 내용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미리 알려주며, 혹시라도 ‘지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재빨리 그러한 상황을 알려준다. 주문의 대상이 ‘메인’ 음식인지 ‘추가’ 음식인지에 상관이 없이 사소한 주문에도 위의 원칙이 지켜진다.

반면 서비스가 좋지 않은 음식점은 고객이 주문하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아무런 활동이 없다. 특히 메인 음식이 아닌 ‘추가’ 음식이나, 식기 재요청 등의 자잘한 요청사항에 대해서는, 주문한 내용을 종업원이 ‘접수’했는지 그리고 ‘대응’중인지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고객은 일방적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거나, 다시 한번 목청높여 주문을 하게 된다.

서비스가 좋은 애플리케이션은 특정 버튼을 클릭했을 때, 요청한 사용자에게 요청 내용을 다시한번 메시지 화면으로 알려주고, 처리 중인 사실 또는 상황을 사용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알려준다. 이러한 경우, 응답속도가 느리더라도, 주문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사용자가 가질 수 있다.

서비스가 좋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은 버튼을 클릭했을 때 화면상에는 아무런 확인 정보가 없이 모래시계만 등장하다가 갑자기 주문한 결과를 제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래시계가 한없이 길어질 때이다.

요청자 입장에서는 주문이 ‘접수’된 것인지, 아니면 주문이 ‘접수’되기 전에 PC나 네트워크 상의 문제로 지체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사용자는 몇번 요청을 반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가 나서 ‘분노의 클릭질’을 남발하게 된다.

친절한 애플리케이션의 추억

영국 출장 중일때 호텔에서 겪은 일이다. 숙박을 하게 되는 지역이 전혀 낯선 곳이어서 주변정보도 얻고, 업무 시간이외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려고 객실에 비치된 안내문에 따라 네트워크 케이블을 연결했다.

인터넷 사용을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 화면이 나타났다. 처음 방문하는사용자를 위한 화면으로 찾아들어자마자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머리속에서 궁금해하는 내용이 떠오르면, 여지없이 다음 화면은 그 내용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비용에 대해 궁금한 시점에는 비용에 대해 알려주고, 과금방식에 대해 궁금해하면 과금방식에 대해 알려주고, 카드 결제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면, 여지없이 다음 화면은 카드 결제 안내 화면이 나타났다.

인터넷 신청 절차가 끝나갈 즈음에, 호텔 주변 지역을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때도 역시, 신청 절차가 완료된 이후의 화면에, 주변의 지하철 및 버스 정보와 주요 상점이 표시된 지도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또 내일 업무차 사무실을 방문할 때, 우산이 필요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날씨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이 역시 화면 한 쪽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호텔에서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사용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은 기술적으로는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할 때의 니즈(needs)와 여러가지 걱정, 필요한 정보를 심리적으로 꿰뚫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기능’이나 ‘정보’를 중심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특성’과 ‘입장’에서,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유추’한 후 이를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개념이 장착된 애플리케이션

애플리케이션의 화면이 몇 개나 되며, 얼마나 많은 기능이 담겨져 있느냐의 양적인 측면을 IT조직의 ‘개발 성과’로 표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IT조직은 다양한 사용자의 입장과 니즈를 반영하여 ‘모든’ 사용자가 어플리케이션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문하는 ‘손님’의 취향과 기호도 잘 모르면서, 무뚝뚝하기까지한 애플리케이션들은 이제 슬슬 위기의식을 느낄 때가 되지않았나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