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라이벌' HP vs 시스코, 맞불 또 맞불

일반입력 :2009/11/12 10:14

황치규 기자

HP의 쓰리콤 인수는 시스코시스템즈간 전면전이 불가피해졌음을 예고하고 있다.

양사간 경쟁 판세는 현재 시스코가 HP의 주특기인 서버 시장을, HP은 맞불작전으로 시스코의 아성인 네트워크 장비쪽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형국이다. 취약지대를 보완해 상대방의 강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HP는 쓰리콤 인수로 라우터와 스위치 그리고 네트워크 보안 시장에서 시스코와 일대일 대결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HP가 쓰리콤을 삼키더라도 네트워크 시장에서 시스코의 아성을 단숨에 흔들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스코는 현재 세계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불리운다. 스위치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만 7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에도 HP는 쓰리콤 인수를 통해 '시스코 천하'를 흔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데이비드 도나텔리 HP 부사장은 "기업들은 하나의 업체가 지배하는 네트워크 패러다임이 만든 비즈니스 한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쓰리콤 인수를 통해 시스코의 대안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HP는 그동안 IBM과의 경쟁을 염두에둔 M&A 전략을 펼쳐왔다. 이를 위해 2001년에는 컴팩을 삼켰고 지난해에는 IT서비스 업체 EDS를 손에 넣었다. 그러나 쓰리콤 인수는 시스코를 겨냥하고 있다.

HP는 쓰리콤 인수로 데이터센터 공략을 위한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기존 제품과 신제품이 버무려졌다. HP는 "독자적인 기술에 기반해 인프라를 제공한다"면서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시스코와 IBM 플랫폼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HP를 자극하는 시스코의 행보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3월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가상화 기술을 통합한 유니파이드컴퓨팅시스템(UCS)을 내놨고 이달초에는 EMC, VM웨어와 합께 데이터센터 플랫폼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자신들의 서버와 네트워크에 EMC 스토리지를 붙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HP, IBM과의 경쟁이 가열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관련기사

HP의 쓰리콤 인수에 IBM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IBM은 과거 네트워크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협력에 기반한 전략을 펴고 있다. 주니퍼네트웍스, 시스코, 브로케이드를 네트워크 사업 파트너로 놓고 있다. 그러나 HP가 독자적인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하면서 IBM이 다른 마음을 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관련 업계의 지각 변동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간 컨버전스가 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HP와 시스코 모두 컨버전스를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어 IBM과 델은 네트워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컨버전스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