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리자드의 갈림길 '지스타'

기자수첩입력 :2009/10/29 08:57

김태정 기자

“한국에서 그렇게 잘나가는데... 서비스는 아쉽다”

블리자드를 둘러싼 국내 여론을 순화(?), 요약한 말이다. 스타크래프트 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지만 제작사 블리자드에 대해서는 까칠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블리자드의 인정 여부를 떠나서 게임 커뮤니티를 살짝만 돌아봐도 분명 보이는 장면이다.

최근에는 진통이 더 심해졌다. 자사 게임마다 고유한 서비스 채널 ‘배틀넷’을 통합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 이용자 원성이 줄을 이었다.

배틀넷 통합은 국정감사 이슈로까지 올랐다. 이용약관이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고, 지나치게 블리자드 위주라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 것. 이미 공정위가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블리자드의 첫 지스타 참가 소식은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그동안 자체 행사에 집중한다는 이유를 들어 지스타를 거부, 원성을 샀던 블리자드지만 이번에는 방향을 바꿨다.

물론,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폴 샘스 블리자드 최고운영책임(COO)은 "지스타 참가자들이 현재 개발 중인 스타크래프트2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스타를 단순히 스타크래프트2 홍보로만 끝내면 블리자드에게 손해다. 국내 이용자와 더 친해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오해가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풀고, 블리자드 성장에 일조해 온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지 여부가 스타크래프트2를 넘어선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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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침소봉대하자면 블리자드의 국내 사업에 있어서 이번 지스타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안티팬도 끌어안은 건전한 성장, 아니면 여론 뭇매의 연속이라는 이분법이 힘을 받았다.

스타크래프트 신화가 10년도 넘은 지금, 블리자드 국내 사업에는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다. 지금까지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블리자드 신작들이 달력 넘기듯 뜰 것이라는 일부 의견이 오산이라는 데 한표 던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