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부회장 "당면 과제는 '성장'"

일반입력 :2009/10/15 17:46

이설영 기자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여전히 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대폭 줄이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향상됐다.

3년.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기업개선작업 후 9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동시에 채무를 자본금으로 출자전환시키면서 팬택계열은 15일 팬택앤큐리텔과의 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큰 산 하나를 넘은 셈이다.

박병엽 부회장은 어려움을 겪은 이후 보잘 것 없는 실적을 과시하거나 자랑하고자 만든 자리가 아니고, 오히려 부끄러운 자리이다면서 그러나 기업개선작업 이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박 부회장은 그 스스로가 널뛰기 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슨전자에서 월급쟁이로 있던 박 부회장은 지난 1991년 4천만으로 직원 6명을 데리고 팬택을 설립했다. 무선호출기(삐삐) 제조로 재미를 본 박 부회장은 이후 휴대폰 제조에 본격 뛰어들면서 현대큐리텔, SK텔레텍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벤처계의 신화'로 떠올랐다.

그러나 팬택계열이 지난 2006년 겨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고난의 시기가 왔다.

지난 3년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내부적으로는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등 경영 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외부적으로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거대 제조사들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했다.

박병엽 부회장은 실패를 어려번 경험했다면서 다시 태어나면 단 하루라도 경쟁이라는 것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승부사 기질을 타고났다. 하루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성격인 탓에 팬택의 당면 과제도 '성장'이라 잘라 말한다.

그는 기업개선작업이 진행될 앞으로 2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다면서 이를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이것이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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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목표는 단말기 판매대수 2천500만대, 매출 5조원 달성이다. 과거 실패한 전력이 있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도 다시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삼성과 LG를 상대로 생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면서 그러나 독자적이고 독특한 영역 개척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 남았으며 앞으로도 이를 바탕으로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을 것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