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하토야마, ‘그린’ 딜레마

일반입력 :2009/09/22 09:13    수정: 2009/09/22 14:33

김태정 기자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 대재앙을 막자는 미국과 일본 정상들의 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 돌파에 불을 켠 자국 산업계 반발이 거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모두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그린 산업 투자를 늘릴 계획인 데 상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미 상원은 2020년까지 자국내 온실가스 배출을 17% 줄인다는 법안을 계류시키고 있으며, 통과의지가 거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보 드 보어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상원에서 비용 문제를 들어 온실가스 감축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국의 거대 자동차와 화학, 그리고 이와 맞물린 금융기업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정부 규제강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도 사정이 비슷하다. 자국 내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이상 감축하겠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계획에 산업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지 외신들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도 이 같은 계획이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반면, 나라 밖에서 두 정상은 온실가스 감축 압력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이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책임을 들어 미국,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을 확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 때문에 앞으로의 기후관련 정상회의는 오바마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난타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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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 1997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사례가 있기에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후진타오 중국 총리는 오염 공장 폐쇄와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에서 미국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은 중국이 지구온난화 대처에 있어서 선두주자로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제 그린 산업 주도권 쟁탈을 놓고 미·일 두 정상의 고민이 더 커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