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경험의 결정체, 유저인터페이스-1

일반입력 :2009/07/10 18:25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제공

유저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일은 개발자의 수많은 미션 중 하나이지만 그 개발 결과물이 어떻게 사용되고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UX(User eXperience)를 통해 유저 인터페이스의 중요성과 개발자와의 연관관계를 풀어본다.

요즘 IT 업계의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UX이다. UX는 사용자 경험을 뜻하는 ‘User eXperience’의 줄임말로서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이와 같은 정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경험의 범위는 굉장히 넓고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제품의 포장을 뜯고 설치한 후 첫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경험은 제품 개발자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UX에서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속한다. 그 시간 동안 사용자는 제품의 첫인상과 편리함에 대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더디고 지식의 유통이 활발하지 않던 구시대에는 독점적 기능의 제품을 가진 기업이 많았고, 그들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제품을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사용자는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제품의 기능에 만족하며 제품이 주는 혜택에 고마워했다. 하지만 경쟁사 간의 기술력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대 IT 산업에서,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을 경쟁 제품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예전에는 경쟁 제품과 가장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은 기술과 기능이었다. 기술력 차이가 줄어들고 유사한 제품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는 지금, 사용자의 까다로워진 입맛은 기업들에게 UX라는 고차원적인 차별화 전략을 강요하고 있다.

UX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IT 기술은 이제 실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며, 유비쿼터스나 시맨틱 검색과 같은 기술을 통해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사용자들은 실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용자는 좀 더 쉽고 좀 더 빠른 경험을 하고, 특별한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아무리 강력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라 하더라도 매일 가방을 꺼내서 전원을 켜고 로딩을 기다리고 안테나를 뽑고 여러 버튼을 눌러서 실행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 IT 기술이 반영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UX는 점점 기업들에게 미지의 영역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개발자 사용성 테스트

UX는 사용자의 총체적인 경험을 의미하므로 제품 디자인,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 정보 아키텍처(IA), 사용성(Usability)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개발되고 있다. 개발자는 이미 설계된 유저 인터페이스를 기술을 사용해 구현하는 일을 하며, 유저 인터페이스는 사용성이라는 잣대를 통해 UX를 평가받게 된다. 이 말은 우리가 직접 유저 인터페이스를 설계하지 않더라도 관련자로서 사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말도 된다.

1993년 사용성 컨설턴트로 유명한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은 사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의 다섯 가지 구체적인 조건(학습성, 효율성, 기억용이성, 오류, 만족도)을 정의했다. 당신이 웹 개발자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전달받은 유저 인터페이스 설계 문서에 따라 똑같이 개발했고, 사용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감에 찬 당신에게 돌아온 사용자의 피드백은 다음과 같다.

- 학습성(Learnability) : 쉽게 사용할 수 있는가

-> 사용자 : 무분별한 액티브X 사용으로 사용자가 일단 다운로드해야지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동작합니다. 그리고 윈도우 비스타와 같은 사용자 컴퓨터의 종류에 따라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 효율성(Efficiency) : 일단 학습하면 매번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 사용자 :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아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매번 잘 사용하던 기능을 파이어폭스에서는 실행할 수 없었습니다.

- 기억용이성(Memorability) : 예전에 사용했던 기능을 능숙하게 다시 수행할 수 있는가

-> 사용자 : 자바스크립트 UI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지 않아서인지 모든 유사 기능들이 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능숙하게 사용하기 힘듭니다.

- 오류(Errors) : 오류가 적고, 사용자가 그 상황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가

-> 사용자 :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에는 오류가 없는데 그 외의 기능에 오류가 발생해서 사용하기가 불편합니다.

- 만족도(Satisfaction) : 사용하는 것이 즐겁고 만족스러운가

-> 사용자 : iframe이 많아서 페이지 로딩도 많고, javascript랑 css를 외부 파일로 빼놓지 않아서 전체 페이지 사이즈가 큽니다. 페이지 로딩 속도가 느려집니다.

이렇듯 UX와 유저 인터페이스는 특별한 기술보다는 사용자 관점의 혁신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행하는 개발 습관들은 사용자들에게는 안 좋은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최신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현해도 직접 사용자가 되어 보지 않는 이상 문제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물론 우리가 개발하는 매 순간마다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사용자는 그 힘든 일을 먼저 해내는 제품을 통해 긍정적인 UX를 느끼게 될 것이다. 기술력이 대등한 기업들 사이에서 제품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제품 개발자들은 그 자그마한 차이, 즉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사용자 관점의 혁신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슈화되고 있는 XP나 스크럼 같은 애자일 개발 방법론조차도 사용자 위주의 결과물 즉 UX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고난의 과정일 뿐이다. 주기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함께 토의하고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계획에 반영해 나가는 애자일 개발 방법론은 UX 요구를 제대로 파악할 역량이 되는 조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UX 개발 방법론일 것이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개발자는 유저 인터페이스 혁신에 앞서 사용자 관점의 혁신을 먼저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UX 디자인은 한번 정복하고 말 대상이 아니라 평생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이자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영 UX와 ROI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할 것이다.

UX 찬가

UX 디자인은 개발팀만 잘해서 성취할 수 있는 미션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 팀이 전담하고 설계해서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브랜드, 마케팅 등 제품과 관련된 모든 팀들이 서로 합의된 UX를 향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도출된 결론을 플랜에 다시 반영해나가는 치열한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UX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UX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게다가 실천 방법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 효과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방법이 없어 더 이상의 구체적인 투자를 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이 기쁘기도 하다. 만약 UX 디자인마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형화된 공식과 같은 것이라면 모든 제품들과 서비스는 동일 조건과 동일 선상에서 스타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자본의 힘과 규모의 논리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흐른다.

하지만 초기의 성공에 안주하여 사용자의 경험은 무시한 채 지속적으로 조직과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확장한 기업이, 그 틈을 파악해 새롭고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출시한 ‘괴짜’ 기업에 의해 몰락하게 되는 시나리오는 어떤가. UX가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말이다. UX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필자소개]

박지강 jkwave@gmail.com|개발 및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S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근무 중이다. 역서로는 『프로젝트 데드라인』(한빛미디어)이 있으며, 『당신은 웹 2.0 개발자입니까?』(한빛미디어)를 집필한 바 있다. 기술을 이용한 기획과 전략, 아이폰, 일인 기업에 관심이 많으며 현재 목표는 스스로 기획하고 개발하고 디자인한 서비스를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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