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KT, 바뀌어야 산다"

일반입력 :2009/06/29 13:37    수정: 2009/06/29 14:19

김효정 기자

절대 함께 비즈니스를 하지 말아야 할 기업의 전형이 KT라고 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 변화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이 '변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그 동안 KT가 협력사를 육성하고 같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가치를 파괴하면서 존재해 왔다는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 그리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협력사와의 관계 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는 2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IT산업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생방안' 발표회에서 협력사의 안정적 구매 보장, 일물복수가 확대적용, 유지보수 비용 현실화, 비용 상승분 합리적 보상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원가절감을 위한 KT 중심적인 구매전략에서 벗어나, 협력사의 입장을 살피고 있는 것은 '바뀌어야 산다'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이번에 발표한 상생방안이 현재 KT의 위기타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력사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으면, 결국 KT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건전한 상생문화를 통해 협력사가 KT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협력사에 대한 잘못된 관습이 바뀌어야 궁극적인 KT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KT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벌고 뒤로 잃는 것이다. 기존 구매 행태는 형식상 원가절감일 뿐이다.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다. 협력사에 대한 마땅한 대우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다라며, KT 내부의 변화를 통해 5천억원 가량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석채 회장과의 일문일답.

협력사에게 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한 협력사에게)KT하고 오랜 기간 협력관계 맺어왔는데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또 이런 기업과는 절대 비즈니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업의 전형이 KT라고 들었다. 결국 협력사는 KT가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자고 할 때 동참하지 않게 된다. 함께 했다고 해서 미래 보장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협력사를 육성하고 함께 성장한 것이 아니라, 그 기업 가치를 파괴하면서 존재하고 있다는 비판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현재 KT 위기상황에 이번 상생 방안이 도움이 되나?

KT 처한 당장의 위기상황 타결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협력사에게 정당한 대가 지불하지 않으면, 결국 매출이 안 좋아 진다. 이미 시대가 변해서 협력사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스스럼 없이 교류하면서 KT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정치권 등 외부입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인간사회라는 것이 정치권뿐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부탁하고 부탁 받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기준이 필요하다. KT는 협력사 선정에 있어 기준을 만들고 이를 객관화하기 위해 노력해 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정도를 걸어갈 것이다.

KT 쇄신안에 대해 내부적인 갈등도 있는데

KT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KT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KT는 임급협약 내용을 바꾸었다. 윤리적 차원에서 채찍을 들은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보상을 더 많이 받게 됐다. 노조를 포함해 대부분의 임직원이 이를 찬성하고 있다. KT의 변화는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 분명히 바뀔 것이다.

협력사에서 수요예측에 따른 발주를 요청하는데

국내 대기업 중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연간 수요예측을 통해 이를 협력사에게 발표한다. 수요를 예측해서 경영계획 만들면 이것이 가능하지만, 의욕과 현실 간의 괴리가 KT의 딜레마다. 잘 못 계획을 세우면 재고가 쌓이는 등 불확실한 비즈니스 모델 탓에 당장 실천이 어렵다. 대신 발주 기간을 기존 1달에서 최소 2달 이상으로 늘릴 것이고, 협력사 의견을 미리 받아서 일방적인 발주를 하지 않을 것이다.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으로 비용 부담이 늘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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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행태는 앞으로 벌고 뒤로 잃는 것이다. KT 중심적인 구매전략은 형식상 원가를 절감한 것이다. 그 동안 KT의 비용은 연평균 3% 이상 늘어왔다. 공짜 점심을 없다. 협력사에 제 값을 치르는 것이 결국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노동관계법에서 문제가 되는 등 불가능하다. 물론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있지만, 지금은 KT 내부적으로 싸울 여유가 없다. 그것보다 KT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이 높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면 짐이 아니고 자산이 된다. KT는 최근 호봉제 폐지 등 임금 부분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노조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었다. 이는 구조조정보다 더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