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니지 기술유출 판결의 뒷모습

기자수첩입력 :2009/06/29 13:07    수정: 2009/06/29 13:19

지난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423호 법정 피고인석에 7명이 나란히 섰다. '리니지3'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인물들이었다.

그 중 다른 사람보다 표정이 어두운 인물이 보였다. 前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3를 개발하던 박 모 실장이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듯 초췌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머리도 헝클어진 상태였다. 웃는 얼굴을 자주 보였던 평소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선고를 맡은 조한창 부장판사는 관련 사안이 중대한 만큼 판결문을 20분간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양형을 선고하면서 조 판사는 “박 실장이 일본과 접촉해서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가 인정된다”라며 “박 실장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 유예를 2년을 선고 한다”고 판결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었을까?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박 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법정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사건이 지난 2007년 4월경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갑론을박의 논란이 진행 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 직후 게임업계에서는 되려 박 실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이 유죄를 받았는데 여전히 사과 한마디 없이 본인이 설립한 회사에서 게임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실력 있는 개발자로 유명하다. 인지도를 갖춘 업계의 공인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불어 박 실장이 설립한 회사가 NHN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음에 따라 엔씨소프트와 감정의 골이 생긴 것이 업계의 슬픈 상황이다. 이 또한 박 실장이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단독 서비스를 했다면 업계 1위, 2위 업체가 감정의 골이 생기지 않았을 수 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늘자 기사 중 미국의 한 변호사가 만취한 상태에서 이웃주민의 쓰레기 더미에서 잠을 자다 발견되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모든 직위에서 사퇴한 일이 발생했다.

선진국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는데도 업계를 위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퇴 한 것이다.

법원 판결 내용 중 “박 실장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점을 감안 한다”라는 대목이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