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협상 IPTV- 지상파, 해법 없나

일반입력 :2009/06/14 16:33    수정: 2009/06/14 18:33

김효정 기자

IPTV사업자와 지상파 방송국 간 벼랑끝 협상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지상파 진영이 오는 17일 주문형비디오(VOD) '송출 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뽑아 들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IPTV 진영 협상 대표자격인 KT가 지상파 3사에 VOD 사용료를 일괄 지급하면서 급한 불만 꺼놓은 상태다.

이에따라 최후통첩 기한인 이달말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다음달부터는 양측의 정면충돌로 자칫 '지상파방송 없는 IPTV'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IPTV 상용화 출범을 앞두고, 양측은 실시간 재전송의 '선송출 후정산' 방식과 IPTV콘텐츠 펀드 조성 등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IPTV 상용화 이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IPTV측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갈등이 증폭된 상황이다.

이에 지상파 진영은 주문형비디오(VOD) 송출 중단을 협상의 무기로 꺼냈다.

MBC 측은 최근 IPTV사업자에게 공문을 발송하고, 오는 17일까지 계약 이행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경우 우선 VOD 송출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후속 방침으로 기존 VOD 사용여부에 대해서도 재논의할 계획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단순하다. 한 쪽은 물건을 줬는데 받은 쪽은 돈을 안 주겠다고 한다. 계약내용을 위반했으니 VOD를 끊겠다고 하는 것이다"라며, "원만한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 경우 17일부터 VOD 최신 업데이트를 중단할 것이며, 기존 콘텐츠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KT, VOD 사용료 지급으로 달래기 나서

이렇듯 지상파 진영이 강경한 입장을 펼치자 KT도 조급해 졌다. 지상파 진영은 계약 이행 마지노선을 이달 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VOD 서비스와 공조해서 실시간 재전송에 대한 계약이행을 KT에 종용하고 있다"며 "KT가 내부 변화를 감안해 달라는 것 같은데, 계약금액이 명시돼 있으니 이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마지노선은 이달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T는 지상파 방송국들과 마라톤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보다 저조한 IPTV 가입자 실적과 250억원 규모 펀드조성에 따른 부담 및 그 운영주체가 어딘지 등의 문제로 협상을 쉽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서종렬 KT 미디어본부장은 "현재 활발하게 협상이 진행 중이다. 다만 계약에 대한 해석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뿐이다. KT는 당초 계약대로 성실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 12일 VOD 사용분 전액을 각 방송사에 일괄 지급했다. VOD 송출 중단이라는 극단의 조치가 공문으로 전달되자 지상파 진영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달 중 양측 합의 기대

그러나 여전히 실시간 재전송 협상 진행에 대해서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의 중재에 따라, 가입자당 월 사용대가가 250원에서 300원 수준으로 정해졌지만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KBS 관계자는 "얼마 전 한 언론에 가입자당 월 사용료가 280원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다. 누구도 반박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추정하는 것일 뿐, 그 사실 여부를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악의 경우, 지상파 진영에서는 지상파 재전송까지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양측이 앞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할 사이라는 큰 틀의 합의가 있고,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작다.

SBS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진영이 IPTV를 죽이자는 입장은 아니고 서로 윈윈하는 틀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펀드 기금도 마련하려는 것이다"라며, "원래대로 라면 계약에 따라 실시간 전송을 끊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이달말까지 정리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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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IPTV 계약은 이해당사자 간의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직접 중재에 나서기에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동형 방통위 융합정책과장은 "양측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 현재 활발하게 협상을 하고 있으니 곧 합의점을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