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커뮤니케이션의 구결

전문가 칼럼입력 :2009/06/02 10:17

이정규
이정규

필자의 외삼촌께서 미국의 플로리다에 사실 때 방문한 적이 있었다.

삼촌은 멀리서 방문한 조카를 위해 마이애미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산호섬 연결 도로를 4시간 남짓 달려 유명한 관광지인 키웨스트(keywest)를 안내하여 주었다. 생긴 모양이 기다란 열쇠 모양이라 서쪽의 열쇠라는 명칭을 얻은 듯 하다.

키웨스트의 볼거리는 암초에 침몰한 보물선 박물관과 헤밍웨이의 집이 있는데, 유대인이 많이 묻혔다는 키웨스트 묘지 또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동쪽에 위치한 어느 여인의 묘비 때문이다. 그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새겨져 있었다.

 

“I told you I was sick!” 어감을 살려 번역하면 “이 양반아! 내가 아프다고 이야기 했잖아!“ 정도 될 것 같다. 아프다는 호소를 묵살하여 죽게 된 아내의 마지막 소원은 수없이 이야기한 말을 안 들어준 구두쇠 남편의 심장을 향한 촌철살인의 글귀였다. 커뮤니케이션(소통)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 할 때, 필자가 꼭 소개하는 에피소드이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는 인간존중의 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대화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다듬어 온 다음 4가지 원칙은 원만한 소통과 전향적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구결이 될 것이다.

말하기 보다는 듣기에 집중하라

모 기업의 총수가 후계자에게 건냈다는 “경청”이라는 유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건성으로 듣는 청취(hearing)와 귀 기울여 듣는 경청(Listening)은 구별된다. “우리 사장님은 적어도 직원들의 말은 들어준다”는 평가는 CEO자리를 유지할 최소한의 자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말로서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상대방이 듣는 척하여도, 마음의 문들 닫아 버리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 오픈 된 질문은 상대방이 속마음을 털어 놓도록 인도한다. 그러므로, 좋은 질문은 많이 듣기 위한 짧은 말이다.

일단 상대방이 말하게 만든 다음에는 시선을 맞추고, 의자에 반쯤 걸치고 상체를 앞으로 수그려, 내가 적극적으로 경청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노래방에서 싫다는 노래를 억지로 시키고, 정작 노래할 때는 딴전 피우는 사람과 같다.

느낌과 생각을 구분하라

느낌에는 윤리성이 없다. 또한, 느낌에는 이유도 없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상대방이 내 생각이 싫다고 말했다고 대들고 싸울 일이 아니다. 감성이 우리들을 그렇게 유도할 지라도,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느낌과 생각을 구분하여 접근하여야 한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다”라고 이야기 하면 “왜 기분 나쁘냐, 나는 안 나쁜데…”하고 싸우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상대방의 기분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는, “마음이 상하셨군요! 그 원인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고 느낌을 생각의 범주로 전이 시키고, 토론을 이끌어야 가야 한다. 상대방이 원인(근거)을 이야기할 때, 비로서 사안에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나와 같음보다 다름에 익숙해져라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다름은 조직의 내성을 강화시킨다. 모두 같다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우리사회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이 공존하는 것이 더욱 사회발전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가는 듯하다.

자연계의 생물도 종이 다양해야 질병에 저항력이 있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조직도 이와 같다. 필자는 회사의 새로운 사업계획 발표를 듣고, 부서장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100% 동의할 경우는 승인을 다음 번으로 미루었다. 이견이 없다는 것은 부서장들이 아무도 자기 일처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직이 관료화되면, 부서장 미팅에서 아무도 다른 부서장의 사업계획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유는, 자신도 공격 받지 않도록 상대 부서장에게 상호 정서적 크래딧을 저축하는 의미도 있고,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록 진화심리학적으로 적자생존을 향한 부서장들의 합리적 선택이라 하더라도, 계속사업을 책임진CEO로서 지속적으로 타파해야 할 문화이다.

일반화는 물론 특수함도 보존하라

소수의견(특수함)을 어떻게 다루는 가는 조직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소수의견은 조직의 문제를 돌파하는 창의적인 솔루션이 되기도 한다. 생태계에서의 소수의견은 돌연변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돌연변이가 가끔은 극복하기 힘든 대자연의 급변에 살아 남았다. 생명은 진화와 돌연변이로 생태계의 “퀀텀 점프”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조직에서 소수의견은 미움과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나와 다름도 있지만, 집단화와 협동을 통해 생존을 학습한 사회조직에는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는 다수의 법관들이 다수결로 판결을 내릴 때, 이견을 가진 판결을 소수의견으로 기록하여 남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시대가 바뀌게 되면 상식도 바뀌어 법적으로 승인될 수도 있는 진화 중인 사안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비록 회사의 의사결정에서 대다수의 의견을 따라 사업노선을 추진해 간다고 하더라도, 초기의 가정과 상황이 변화되었다면, 예전에 접어 두었던 소수의견을 대안으로 생각하도록 항시 문서화하고 기억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수의견을 보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소수의견을 죽이는 킬러의 말(웃기고 있네, 우리는 너무 적어, 예산이 없어, 너무 성급해, 시간이 없어, 경영자가 관심 없어..)을 조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상기 4가지 구결을 유의하고, 이제 대화를 나누는 절차를 훈련하여 보자. 제시하고자 하는 아래의 순서를 필자는 “대화의 연금술”이라 명명했다.

1.마주 바라보기: “상대방과 정서적으로 동기화 시키는 단계이다.”

자신의 어깨를 열고 상대방과 마주본다. 상대를 내 어깨 옆에 두지 말아야 한다. 얼굴을 돌려야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면 안 된다. 의자의 앞쪽으로 반쯤 앉아 상체는 앞으로 수그리고, 상대방과 눈을 맞춘다. 자! 이제 경청할 준비가 되었다.

2.개방된 질문하기: “<사안>…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상대방이 편하게 이야기 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고개를 끄떡여 주어 이해하였음을 전한다.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절대로 중간에 끼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횡설수설해진다면, 적절히 끊어서 본론에 돌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3.확인하기: “말씀하신 내용을 요약하면 … 입니까? 그 주장의 근거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이해한 내용을 상대방과 맞추어 체크 한다. 데이터 통신의 오류 체크와 같다.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근거에 대하여 논리적 설명을 요구 한다.

4.의견 제시하기: “저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의견(일치, 불일치)를 명확히 한다.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다른 논점을 이야기 하면 #3의 사이클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5.감사 표하기: “솔직한 의견표명과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미팅을 마치면, 반드시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유익한 시간이었음을 감사해야 한다. 비록 의견의 일치가 되지 않았더라도,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감사해야 한다. 다시 만나 논의하거나, 상사와 상의하여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면 시간과 사안을 요약하고, 문서나 메일로 교환함이 바람직하다.

위와 같은 5단계의 대화단계를 체화 시킨다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접근하려는 마음처럼 강력한 대화의 원칙은 없다!@

[필자소개]

국내 최초의 대학 자회사인 “㈜트란소노”의 대표이사로서 정보관리기술사, 미국공인회계사로 IBM, 안철수연구소 상무, 안랩코코넛 대표이사 등 23년간 IT 산업에 종사하여온 IT 전문가이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