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도입한 KT, '민영화 잰걸음'

KT, 전 직원 성과연봉제 전격 합의

일반입력 :2009/05/31 13:22

김효정 기자

공기업의 오래된 잔재로 여겨졌던 '7년차 민영기업' KT의 직급체계가 바뀐다.

올 6월 1일 합병법인을 출범하는 KT가 연공서열식 인사제도와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한 연봉제를 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KT는 31일 노사가 오랜 협의 끝에 인재경영 전반에 걸친 인사 혁신 프로그램에 전면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사 양측은 대표적인 공기업적 잔재로 지적 받아 온 일반직, 연구직, 별정직, 지원직 등의 직종구분과 2~6급의 직급체계를 폐지하고, 개인 성과에 따라 보수등급(Pay Band) 체계로 전면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직급 대신 급여 수준에 따라 L(leader)-P(Professional)-S(Senior)-J(Junior)- A1(Assisstant1)-A2(Assisstant2)의 등급으로만 구분되며, 직종, 직급과 관계없이 더 강력한 내부경쟁 상황을 맞게 됐다.

■'차장' 직급 신설, 호봉제 폐지 등 '인사관행 대폭 개선'

아울러 KTF와의 합병에 따라 차장제를 신설하기로 합의하고, 3년간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인트 승격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직원들 배치에 있어서도 본사 중심의 통제 위주 인사관행을 개선해 인력의 수요과 공급을 웹사이트에서 개인과 부서간에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HR-Marketplace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배치 시스템은 일부 회사에서 도입된 바 있으나 3만 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도입한 사례로는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제도 개선에서 주목할 점은 30년간 유지해 온 호봉제의 전격 폐지다.

호봉제는 한국전기통신공사 발족이래 지속적으로 유지됐는데, 성과주의 인사의 가장 큰 장애물로 간주돼 왔다. KT는 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별 실적에 따라 임금인상에 차등을 두는 성과인상제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또한, 팀웍과 경쟁효과를 동시에 거두기 위해 부서성과급의 차등폭도 150%까지 높였다.

KT 노사는 또한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고령 노동자의 심리적 불안 해소와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 최초로 최장 3년6개월간의 “창업지원휴직”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의 단순한 전직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자기 생애를 스스로 설계하고 준비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노사 모두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인사 혁신을 주도한 KT 김한석 인재경영실장은 “이번 개편은 연공서열식 인력관리체계를 혁신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석채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KT가 직면한 성장정체를 극복하고 주주와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이라고 밝혔다. 

 KT는 2009년 임금은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합병시너지 제고가 필요하다는 데 노사가 공감해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