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컨버전스 시대 개막됐다

일반입력 :2009/04/22 16:34    수정: 2009/04/22 19:14

황치규 기자

통신과 방송, 웹과 SW 분야를 뒤흔들고 있는 컨버전스 열풍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까지 덮쳤다. 

따로 떨어져 있던 서버와 네트워크 그리고 스토리지간 컨버전스(융합)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모토로 내건 차세대 가상화 데이터센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컨버전스는 단숨에 대세론으로 떠올랐다.

시스코시스템즈,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휴렛패커드(HP) 등 내로라 하는 거물급 업체들이 대거 컨버전스 대열에 합류하면서 변화의 물살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컨버전스는 IT업체간 역학관계도 뒤흔들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순식간에 적으로 바뀌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컨버전스가 트렌드 수준을 넘어 업계 판세까지 뒤흔들 대형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컨버전스를 향한 공식 포문은 시스코가 열었다.

시스코는 지난 3월 네트워크, 블레이드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SW를 통합한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을 공개하고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 의지를 분명히 했다.

UCS가 제공하는 비용 경쟁력과 차별화된 기능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UCS 확산을 밀어줄 지지세력도 대거 끌어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VM웨어, BMC소프트웨어, EMC, VM웨어, 인텔, 액센추어, 넷앱 등이 대거 시스코를 지원하고 나섰다.

네트워크 시장을 지배하는 시스코의 UCS 전략은 자체 개발한 서버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협력 관계였던 기존 서버 업체들과 불화(?)를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HP와 썬은 시스코가 UCS를 공개하자마자 "폐쇄적이고 확장성이 없으며 기존 데이터센터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시스코가 "UCS는 개방적이며 현실적인 플랫폼이다"고 반박하면서 서버 업체들과의 경쟁 수위는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시스코를 향한 견제구는 이후에도 계속 던져졌다. 맞불작전도 펼쳐지고 있다.

오라클에 인수되는 썬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픈 네트워크 시스템 계획을 공개했다. 인텔 제온 서버 프로세서와 썬 솔라리스 운영체제(OS), 네트워크 및 스토리지,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통합하는게 골자. 각론은 다르지만 큰틀은 시스코 UCS와 거기서 거기다. 둘다 핵심은 컨버전스다.

썬은 또 새로 선보인 블레이드 서버에 집합 스위치 역할을 하는 '버추얼 네트워크 익스프레스 모듈'(NEM)를 탑재했다.

NEM은 블레이드 서버와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간 트래픽을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코 스위치 제품군중 하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 썬이 원래부터 NEM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UCS를 의식해 집어넣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두 회사간 대립각이 날카로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HP도 컨버전스를 향한 행동에 들어갔다. HP는 지난 20일(현지시간) SW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플랫폼을 합친 '블레이드시스템 매트릭스'를 공개했다.

공략 목표는 시스코와 마찬가지로 가상화 데이터센터다. HP는 통합 관리 인터페이스 매트릭스 오케스트레이션 인바이러먼트(MOE)도 발표했다. MOE는 IT관리자들이 한곳에서 인프라를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HP는 블레이드 매트릭스와 MOE를 결합하면 기업들은 운영 비용을 79%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버 하드웨어와 SW 비용도 45%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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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특정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IT자원을 재배치한 뒤 문제가 해결되면 원래 상태로 바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게 HP 설명이다.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의 컨버전스는 점점 가속화될 전망이다. '빅블루' IBM과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델까지 이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