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썬 인수와 IBM의 미묘한 함수관계

일반입력 :2009/04/21 13:52

황치규 기자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란 세기의 빅딜을 성사시킴에 따라 '빅블루' IBM이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가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IBM은 3월까지만 해도 썬을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였고 광범위한 SW 제품군에 썬 자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만치 않은 경쟁 업체인 오라클이 썬을 집어삼킨 것이다. IBM으로선 주판알을 튕겨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IBM은 오라클의 썬 인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쟁 업체인 오라클이 썬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오라클이 오픈소스SW인 자바 플랫폼을 독점SW로 전환해 버릴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오라클은 IBM에 사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오라클에 끌려다닌다는 점에서 IBM으로선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썬은 오픈솔라리스, 자바, 마이SQL(MySQL) 등 광범위한 오픈소스SW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경기 침체로 비용이 저렴한 오픈소스SW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오라클이 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양키그룹의 필 호치무스 애널리스트는 "썬이 경쟁업체로 넘어감에 따라 IBM으로선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면서도 "오라클의 썬 인수가 (쓰고 있던) 오픈소스SW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앤드류 바텔스 애널리스트는 "IBM은 오라클이 오픈소스를 독점SW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할 수 있겠지만 오라클이  그렇게 한다면 오픈소스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드웨어측면에서는 IBM이 당장 걱정할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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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지금까지 SW사업에 집중해왔다. 하드웨어는 경험이 없다. 그런만큼 서버 등 썬 하드웨어 사업을 잘못 건드렸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일부에선 오라클이 썬 서버 사업을 성공적으로 흡수할 충분한 자금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오라클이 궁극적으로 하드웨어 사업을 매각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