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규제, '과도해 vs 최소한'

일반입력 :2009/04/20 15:28    수정: 2009/04/20 16:38

이설영 기자

사이버모욕죄 등 사이버 세상을 규제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정책이 과도한 것인지, 최소한의 장치인지를 두고 토론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환경을 위해 '인터넷 규제 강화, 빅브라더 탄생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불법정보가 유통되거나,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은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 참석자들은 "인터넷 문화를 정화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질서를 세우자는 것이 규제의 목적"이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에서는 현재 ▲사이버모욕죄 신설 ▲게시판 임시조치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일정 기준이상 인터넷서비스사업자 모니터링 의무화 ▲불법복제 유통 금지 등이 논의 중이다.

발제를 한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송경재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사이버모욕죄,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기본법, 형법, 저작권법 등은 전방위적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오히려 국가가 시민을 감시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현재 인터넷 세상에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뒤 "법적인 규제와 보완만 해결책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제도와 조치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정보통신망법이나 저작권법 등의 개정으로 인해 오히려 다수 네티즌들의 권익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인터넷실명제의 경우 해당 네티즌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외국 사이트 가입해서 이용할 수 있다"면서 "해외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가 인터넷실명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혼탁해진 사이버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인터넷실명제를 이용할 경우, 사실상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정부 목적이 달성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 이로 인해 오히려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의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저작권의 과도한 보호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나 공정거래권 등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제도의 목적과 취지는 좋을 수 있으나, 이 취지가 잘 살고 있는지, 다른 취지를 망가뜨리고 있지 않는지, 인터넷의 생산성을 방해하고 있지 않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민경배 교수도 "자율규제라는 것이 규제가 전혀 없는 무법천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관건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규제를 만드는가"라며 "악성댓글은 법적 문제이기 이전에 인터넷 문화의 문제인데, 정부가 자율규제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제도를 실시했는지 한가지만 얘기해도 이런 얘기는 안하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규제" VS "최소한의 규제"

불법저작물의 유통으로 인해 저작권을 침해 당하고, 사이버상에서 인격 모독을 당한 사람들의 구제는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정책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입장이다.

반면 법 개정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저작권의 보호 및 인터넷 문화의 정화를 위해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과도한 규제'인지 '최소한의 규제'인지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모 저작권정책과장은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최소한의 질서를 세우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며 "다수 편익의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할 순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방송통신위원회 나현준 네트워크윤리팀장도 "국가가 개인을 일방적으로 감시하는 구도로 논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경우 익명성을 보장한 상태에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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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나 팀장은 "표현의 자유는 범죄행위나 개인권리 침해의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정책도 이런 취지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팀장은 마지막으로 "토론회에 나오면 입장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면서 "관점의 차에 대해서 지금 결론 내리기는 힘들겠지만,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