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썬' 인수설에 대한 은밀한(?) 분석

일반입력 :2009/03/20 17:29

황치규 기자

빅블루 IBM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가자 미디어들이 발칵 뒤집혔다. 초대형 이슈였던 탓이다.

이에 합병이 아직 성사되지 않았는데도 다양한 분석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서버 및 SW 시장에 미치는 변화와 반독점 이슈 그리고 향후 IT업계 경쟁 판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 전망 기사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기사의 내용은 긍정적인 얘기도 있고 IBM이 썬을 인수해봤자 얻을게 별로 없다는 까칠한 시선도 있다.

회의론에 담긴 메시지는 대략 몇가지로 요약된다.

 

지디넷닷컴에 올라온 글을 인용하면 썬이 소유한 자바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IBM이 당장에 얻을 것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IBM은 썬이 가진 스팍 칩 아키텍처 기술이 필요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IBM은 이미 막강 파워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썬이 가진 영업력이나 유닉스 제품군은 도움이 될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지디넷에 글을 쓴 더너 가드너는 'NO'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톰 포렘스키도 지디넷을 통해 가드너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IBM은 왜 썬을 인수하려는 것일까? 회의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안되는 행보일 것이다. 이에 대해 포렘스키가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했다.

그의 논리는 IBM이 경쟁 업체인 HP와 시스코가 썬을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면 이해가 될만하다는게 핵심이다. 참고로 포렘스키는 오랫동안 HP와 썬의 합병을 제안해왔던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시스코와 썬이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썬은 대규모 서버 사업을 갖췄고 시스코는 이제막 서버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구나 썬은 서버 구매를 많이 하는 통신과 금융 분야에서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썬은 또 시스코의 영토 확장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기술 관련 지적재산권도 갖고 있다. 썬이 가진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 노하우도 시스코에게 도움이 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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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썬은 시스코와 제품, 기술, 서비스 측면에서 겹치는게 별로 없다. 썬이 가진 광범위한 미들웨어 제품군도 시스코에겐 매력적일 수 있다. 썬은 HP와도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포렘스키는 특히 미들웨어, 데이터센터, 서버를 예로 들었다.

이를 근거로 포렘스키는 IBM은 경쟁 업체들이 먼저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썬 인수에 나섰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 가격의 두배를 썬에 제시한 것도 이같은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IBM은 썬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