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합병인가에 'KT 희색, 경쟁사 울상'

일반입력 :2009/02/25 18:20    수정: 2009/02/25 19:11

김효정 기자

통신시장 초미의 관심사였던 KT-KTF 합병 논란에서 KT가 먼저 승기를 잡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조건 합병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는 25일 KT-KTF 합병 건에 대한 심의결과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조건 없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의 이러한 결정은 이미 예상된 결과라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선이다. 특히 지난 24일 저녁 KT 이사회가 합병법인을 위한 정관변경을 승인했고, 25일 오전에는 합병 후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걸었던 점은 '무조건 합병'이라는 심사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행동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향후 KT의 필수설비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상황에 앞서 합병 그 자체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한철수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합병은 KTF 지분의 54%를 갖고 있는 모회사 KT가 계열사와 결합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심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국내에서도 원래는 간이심사로 진행할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필수설비는 현재 통신업계에서 주장하는 필수설비와 정의가 다르다는 것이, KT합병이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판단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공정거래법상 필수설비는 '이것이 없으면 서비스가 불가능한 설비'지만, 현재 유선 경쟁사들은 초고속인터넷이나 유선전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필수설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ball)’은 공정위를 떠나 방통위로 넘어갔다

공정위 측은 "경쟁사의 불만과 그들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심의결과는 어디까지나 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성만을 본 것이다. 경쟁사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합병으로 인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문제이므로 방통위가 판단할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KT합병을 반대해 왔던 SK 및 LG통신계열사들은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KT합병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합병에 따른 인가조건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그들의 의중이 '무조건 승인'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공정위를 떠나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갔다. 공정위의 의견을 이어 받은 방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통신시장의 판도가 결정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합병 허용과는 별개로, 전주 및 관로 등 필수설비 문제와 관련하여 향후 유선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을 위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이번 주 중 방통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KT의 합병에는 공정거래법상 하자가 없다고 우선 판단했지만, 앞으로 통신 시장에서 일어날 경쟁상황에 대한 책임은 방통위에 넘긴 것이다. KT로서는 공정위의 판결에 크게 고무될 수 밖에 없다.

■경쟁사들, 방통위가 인가조건 걸어주길…

반면, 경쟁사들은 이번 결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KT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SK텔레콤은 "공정위가 필수설비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경쟁제한적 행위에 대해 심도 깊은 심사와 조치가 없었던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향후 방통위가 전문가적 관점에서 면밀한 검토와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은 "방송통신시장 전반에 걸쳐 심각한 경쟁제한적 폐해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 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인가조건을 달아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케이블TV 진영 또한 "심각한 우려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경쟁제한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공정위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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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지난해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시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을 인정하고 유무선 결합서비스의 한시적 금지나 800MHz 주파수 로밍 거절 금지 등 강한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는 공정위가 KT-KTF 거대합병에 대해 별다른 조건을 붙이지 않은 것은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도 대두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할 때는 전혀 별개의 회사를 신규 취득하는 것이고, KT건은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