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합병 강행'으로 주가 방어 돌입

일반입력 :2009/02/25 14:50

김효정 기자

KT가 주가 올리기에 나섰다. KT는 합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합병 후 주가 방어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25일 KT 주가는 전일대비 7%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주수익원인 유선전화 매출 감소와 수년간 이어진 매출 성장 정체에 처한 KT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KT-KTF 합병을 내걸었다.

그러나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진영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인가가 당초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또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는 등 적지 않은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석채 KT 사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8일 KT의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이 사장이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5,000억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가 방어책 제시 

KT는 자사의 현 주가가 향후 합병법인의 가치를 고려했을 때 매우 저평가 되어있다고 보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KT는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KT는 자사의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이 증가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매입 및 소각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합병 이후에도 종전 대로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정책을 공표해 투자자들의 불안요소를 해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합병 후 KT는 인적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할 계획이다. 향후 5년 간 5,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적비용 절감 계획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석채 사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으며, 자연 퇴사자가 발생할 경우 충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구조조정 없이 인적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KT 임직원의 업무효율을 향상시켜 외부 위탁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KT 측은 인건비 절감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숫자라고 입장이다. 김연학 KT 가치경영실장은 "연간 1,000억원의 인적비용 절감을 반드시 달성하겠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현재 노조와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KT-KTF 합병, 명분은 '외자유치?'

이처럼 KT는 합병 인가가 나기도 전에, '합병 성사'를 전제로 주가 관리에 나섰다. KT는 기존에 주된 합병 이유로 내세웠던 경제회생과 국가경쟁력 제고 외에도 외자유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자회견 내내 이석채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KT합병에 대해 정부규제가 심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KT라는 민간기업에 투자된 외국자본이 정부의 규제 탓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말한 것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KT의 외국인 투자지분이 감소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KT가 회생을 위해 KTF와의 합병을 결정했는데, 경쟁사의 반발로 과도한 합병 인가조건이 내려진다면 향후 합병KT의 수익성이 불확실해진다는 것이 이석채 사장의 설명이다.

이석채 사장은 "KT합병이 규제기관까지 넘어간 것을 외국 투자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외국 투자자에게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외국자본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비이락', 공정위 KT합병 결과 발표

우연의 일치일까, 때마침 공정위가 KT-KTF 합병 심사 결과를 25일 오후 5시에 밝힌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이번 주 전체회의 안건에도 등록되지 않았던 KT합병 결과를 갑자기 발표하는 것에 대해 "정식 상정안건이 아닌 보고안건이므로 사전 공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정위의 발표는 KT의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KT-KTF 합병에 필수설비 관리조직의 구조분리나 위탁의 조건을 달 경우, KT는 합병 진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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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공정위가 KT-KTF 합병이 시장의 경쟁제한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까다로운 조건을 달지 않을 경우 KT합병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상, 필수설비로 인한 경쟁제한성 이슈를 제외하면, 동일회사 간의 합병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KT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KTF 합병 전제로 의미 있는 주가 방어 전략을 발표한 것과, 같은 날 공정위가 갑작스레 보고안건으로 KT-KTF 합병 심사발표를 하는 것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