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 자동사냥프로그램과의 부적절한 로맨스

기자수첩입력 :2009/02/11 19:15    수정: 2009/02/11 21:12

흔히들 바람피우다가 걸리면 ‘불륜’이고 안 걸리면 ‘로맨스’란 이야기를 한다. 그럴듯한 말처럼 들릴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일탈을 꿈꾸는 자들의 변명일 뿐이다.

특이 이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나는 사랑했을 뿐이다’라고 말을 해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명백한 불륜관계임에도 증거를 내놓으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사례도 종종 있다는 점이다.

게임업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게이머와 자동사냥프로그램의 불륜관계를 폭로하고 대규모 계정압류를 했지만, 일부 게이머는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며 집단 반발에 나선 것.

무엇보다 계정이 압류된 게이머 중 일부는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 ‘대형 게임사의 부당한 횡포다’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계정이 압류된 게이머에게는 안 된 일이다. 그러나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이번 조치가 당연해 보인다. 오히려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한 게이머의 계정 압류는 예정된 절차였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게임 이용약관을 통해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클린캠페인과 공지사항을 통해 수차례 경고를 해왔다. 게이머들이 스스로 자동사냥프로그램과 엮인 불륜의 고리를 끊길 바라서다.

그런데도 게이머는 엔씨소프트가 준 절호의 기회를 헌신짝처럼 버렸다. 결국 자신의 선택에 의해 계정이 압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자동사냥프로그램과의 로맨스가 결국 불륜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게이머는 왜 게임사에서 금지한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계정 압류를 감수하면서까지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순간에도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이머에게 묻고 싶다. 과연 자동사냥프로그램과의 영원한 로맨스를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잔혹한 결말을 맞이할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