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KT 충격파'에 돌파구 찾기 '고심'

통신시장 지각변동, SKT 대응에 관심 집중

일반입력 :2009/02/02 15:59    수정: 2009/02/03 14:58

이설영 기자

최근 비슷한 시기에 사장이 교체되면서 사업전략과 방향에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이 통신업계의 적지 않은 시선을 모으고 있다.

KT의 경우 전임 남중수 사장이 납품비리 사건으로 불명예퇴진하고 구속된데에 이어 성장정체 및 실적부진에 빠지면서, 지난해 말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SK텔레콤 역시 김신배 사장이 물러나고, 그룹 내 신망이 두터운 정만원 사장이 취임했다. 그런데 현재 분위기는 SK텔레콤이 더 안 좋아 보인다.

KT-KTF 합병으로 인해 통신시장 주도권 변화가 예상되고, SK텔레콤 또한 고질적인 성장정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KT-KTF 합병은 최대 위협

SK텔레콤의 지금 당장 가장 큰 악재는 KT-KTF 합병 건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됐던 KT-KTF 합병은 지난해 말 KT가 각종 송사에 휘말리면서 다소 소강상태에 돌입하는듯 했다. 그러나 올초 이석채 신임사장이 선임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KT는 지난 1월21일 마침내 방송통신위원회에 'KT-KTF 합병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KT-KTF 합병건은 통신업계의 '메가톤급 충격파'를 안길 전망이다. 통신업계 1위 KT와 이동통신업계 2위인 KTF의 만남은 각종 시너지를 안겨주며, 경쟁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을 비롯한 경쟁사들은 KT-KTF 합병이 실현될 경우 ▲필수설비 독점 ▲시장쏠림 현상 확대 ▲마케팅 과열 등이 빚어질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필수설비란 통신주, 관로, 가입자망을 등을 의미하는데 통신사업에 꼭 필요한 설비들이다. KT는 현재 이 필수설비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SK브로드밴드 등은 KT로부터 임대해서 사용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지금도 KT가 필수설비 임대를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필수설비에 대한 독점이 컨버전스 상품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방통위가 두 회사의 합병을 아직 허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SKT 계열은 물론, LG계열 통신사들까지 건의문을 제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시중 위원장 등 방통위 고위급에서 두 회사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의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합병이 곧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분위기는 합병 여부가 아닌 합병 인가조건에 관한 것으로 옮겨진 상황이다.

■음성전화 외에 성장 정체

SK텔레콤은 여전히 국내 최고의 통신사업자이지만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사실 그렇지 않다.

일단은 '밑빠진 독' TU미디어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TU미디어 최대주주이다. 지난 2005년부터 위성DMB 사업을 시작한 TU미디어는 수천억원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과의 제휴로 가입자수는 다소 늘었지만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는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유무선 시너지를 기대하고 인수한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또한 재미를 못 보긴 매 한가지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436억원, 당기순손실 663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사명 변경 등으로 마케팅 비용 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지만, 컨버전스의 핵인 IPTV 성적표도 매우 초라하다.

KT와 LG데이콤이 각각 실시간 IPTV 가입자를 7만명, 1만명을 확보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2,000여명에 그쳤다.

올해 통신업계는 유무선의 시너지를 활용한 결합상품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초반 기선잡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결합상품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메가패스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KT가 IPTV와 KTF 이동통신 등을 합쳐 결합상품을 내 놓으며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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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SK텔레콤 이동통신서비스를 기반으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및 IPTV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SK텔레콤으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통신업계 전반에 불어닥치고 있는 KT 충격파와 이로 인해 초래될 통신시장 지각변동에 SK텔레콤이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