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문화와 중간 관리자'의 구결

전문가 칼럼입력 :2009/01/28 14:23

이정규
이정규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업의 문화를 세우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친하게 지내는 외국 기업의 회장은 필자에게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꿈을 꾸는 데 있다”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아마도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CEO의 존재 역할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다. 모두 좋은 말이다. 두 가르침을 하나로 만들어 보면 “CEO는 자신의 꿈을 현실의 문화로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

화두가 되는 새로운 경영이론을 접할 때마다 거듭 반복되는 기업의 성공요인은 3가지이다. 첫째, 검증된 방법론의 도입 둘째, 해당 분야 전문가의 도움 셋째, 최고 경영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대개 식견이 있는 이론가들이 이러한 세가지 성공요인을 간과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과제들에 모두 "최고 경영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커가면서 당면한 과제가 많아지고 최고경영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 이처럼 갈수록 늘어난다면 경영자가 슈퍼맨이 되고, 시간이 무한정 많다는 가정하에서나 대응이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원이나 중간 관리자를 경영자의 철학과 동기화 시키고, 권한을 위임하여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때문에 중간 관리자가 약하면, 경영자의 경영철학은 실행되지 못하게 되고, 이들이 사라지면 기업의 계속 사업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때문에 필자는 "기업 문화의 중심은 중간관리자"라 생각한다. 중간관리자가 무너지면, 기업의 문화도 사라진다. 때문에 경영을 하면서 중간 관리자의 양성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계속 사업의 성공 여부도 중간관리자 층이 단단하고, CEO와 철학을 공유한 중간관리자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투입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경영자들이 지나치게 모든 일을 장악하려 노력하고, 모든 일을 관장하려는 태도를 보곤 하는데, 이러한 경영자들은 자신만이 가장 현명하다는 아집에 사로 잡힌 듯 하다. 그 결과 중간관리자들이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꺼리게 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모두 사장에게 전가한다.

이러한 회사는 일정 규모에 이르면 급격히 성장이 둔화되고,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 모든 사안을 사장 혼자 처리 할 수 없는 일이고, 한다고 해도 CEO는 과로로 침대에 누울 것이다. 이런 회사는 훌륭한 중간관리자의 확보와 양성에 대하여 그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우선순위가 뒤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중간 관리자가 단단하고 스마트한 회사라면, 더욱이 관리자 사이의 수평적 의사소통과 협력이 잘 되는 회사라면 사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성공적으로 계속 사업을 영위해 갈 수 있다. 경영자는 사원의 역량개발보다도 중간관리자의 개발과 충성도 증진에 더욱 시간과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사원의 문제는 경영자의 철학과 동기화된 중간관리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는 기업의 문화이고 강인한 모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능한 CEO는 좋은 중간관리자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중간 관리자 수가 늘어가면 회사의 운영과 방향에 대한 이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직의 이견은 건강한 증거이다. 한편, 모든 관리자가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인가 잘못된 일이다.

소통이 막혀있거나 예스맨 일색의 관리자들이라는 증거이며, 회사가 직면한 위험에 둔감해지기 쉽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사안이 만장일치가 되면 의사결정을 뒤로 미루는 원칙을 가진 회사도 있다.

그보다 더욱 위험한 경우는 자신이 맡고 있지 않은 부서의 일에는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나약한 관리자 조직으로 전락이다. 이러한 관리자들은 사안에 대한 질문조차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남의 영역에는 침범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도 침입을 원치 않는 “상처주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게 된다. 외면적으로는 마찰이 없고 조용하지만, 보신주의가 팽배하여 인재들은 하나 둘 떠나 버리게 된다.

관리자 간의 잦은 의견대립과 파당은 물론이고, 조용한 보신주의도 회사의 앞날을 암울하게 만든다. 성숙한 조직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조장하며, 이견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소수의견을 존중한다. 소수의견자들은 “자신의 이견이 이해되고 정당하게 평가된다면 관점을 변경하는 것을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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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선택된 대안을 기꺼이 수행하고 학습하며, 다수자들도 소수의견의 효과를 수시로 재고한다. 그러므로, 분당과 파벌, 보신주의는 오픈 마인드 리더십이 부족한CEO의 무능에서 시작되며, 관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중재하며,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일은 CEO의 중요한 책무이며 능력이다. @

필자 이정규 ㈜트란소노 대표이사는 정보관리기술사, 미국공인회계사로 IBM, 안철수연구소 상무, 안랩코코넛 대표이사 등 23년간 IT 산업에 종사하여온 IT 전문가이다. 블로그(blog.daum.net/ilovedominic)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