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 통신 '독점' 갈등 고조

SK텔레콤 등 경쟁사, "독점구조 형성할 것" 강력 반발

일반입력 :2009/01/20 18:40    수정: 2009/01/21 12:20

김효정 기자

KT가 2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KTF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KT는 합병 인가신청부터 합병법인 설립까지 약 4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오는 5월 중순에 합병법인이 설립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통신계열 3콤의 '시장지배력 전이'에 대한 반발이 있지만, KT는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KTF와의 합병에서 필수설비 독점이나 시장지배력 전이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이석채 KT 사장은 KTF는 허약한 2위 사업자이다. KT와 합병하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기는 지 모르겠다. 합병으로 인한 문제는 실제로 없다라고 단언했다.

KT가 그 동안 SK텔레콤에서 지적하는 기간통신 필수설비(관로, 전신주 등)에 대해 공유를 거절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이다. KT의 고위 임원은 경쟁사들이 주장하는 것은 KT의 시내망을 분리해 이를 무료(*실제 무료는 아님)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며 KT가 투자한 설비에 대해 기존처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설비를 제공하는 것은 독점도 아니고 합병 이슈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IPTV 사업자 선정 당시와 같이 'KT의 시내망 분리와 필수설비에 대한 망동등 접근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체 가입자의 51.3% 차지하는 '거대 기업' 탄생

이번 합병으로 통합KT의 가입자 수치는 일반전화 1,949만6,000여명으로 전체 89.5%를, 초고속인터넷은 671만1,000여명으로 43.5%를, 이동전화는 1,436만 여명으로 31.5%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전체 통신가입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전체 가입자의 51.3%, 전체 매출액 46.4%를 차지하게 된다.

또한 23조6,000억원의 자산과 19조원의 매출 그리고 계약직을 제외하고 3만8,000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거대 통신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경쟁사들의 반발을 뒤로 한 채, 이 사장은 통합KT는 경쟁이 아닌 통신 및 국내 IT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KT는 더 이상 마케팅 비용을 가지고 시장을 건드리지 않겠다며 제 살 깍아먹기 식의 경쟁 보다 서비스와 아이디어 경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일례로 와이브로 활성화를 통해 국내 제조업체를 성장시키거나, 경쟁 통신사와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고 신규 서비스 투자에 집중해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독점 구도 형성할 것, SK텔레콤 등 강력 반발

그러나 경쟁사들은 이 같은 KT의 주장에 즉각 자료를 배포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KT의 합병 발표 직후, SK브로드밴드는 KT-KT의 합병 추진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KT-KTF의 합병이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고, 특히 KT-KTF 합병은 후발 유선통신업체들의 고사(枯死)를 초래, 지난 97년 유선시장의 경쟁체제 도입 이후 다시 'KT 독점시대'를 여는 행위라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후발사업자를 옥죄는 더욱 큰 문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통신인프라를 KT 독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는 시설을 임대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이석채 KT 사장의 주장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SK텔레콤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KT-KTF 합병시 통신시장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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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KTF는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을 제기하며 SK텔레콤에 대한 갖가지 비대칭규제 정책을 요구했었다며 그러나 정작 유선시장의 절대강자인 KT와의 합병에는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KT가 방통위에 합병승인을 요청하는 21일, 이례적으로 정만원 SK텔레콤 신임 사장과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KT 합병과 관련한 기자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