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에 SK텔레콤 '좌불안석'?

일반입력 :2009/01/12 15:17    수정: 2009/01/16 11:54

김효정 기자

KT가 KTF 합병을 이르면 올 6월 중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텔레콤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KT는 이번 합병으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SK텔레콤은 대응책 마련이 힘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KT는 오는 14일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신임 사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KT-KTF의 합병을 선언하고, 이달 중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KT-KTF의 합병은 공식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KT는 주수익원인 시내전화 매출 감소와 조직운영상의 문제 등으로 하락세를 걸어 왔다. 이번 합병으로 KT는 조직을 슬림화하고, 통신 결합상품 활성화 등 새로운 수익원 확보와 전사적인 효율성 확보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KT와 SK텔레콤의 매출 격차가 좁혀져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SK텔레콤 매출이 KT를 앞지를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 이 때문에 KT는 생존과 더불어 통신 선도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합병이 필요하다. 

■KT-KTF 합병이 SKT에 미칠 영향은?

올해는 융합시대의 원년으로 유무선 및 방송통신의 결합상품이 통신사의 주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초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한 것과 KT-KTF 합병, 그리고 LG3콤의 통합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와 KTF가 합병할 경우 연매출액 19조원,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 규모의 거대 통신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KTF의 외국인 지분 매입 및 구조조정에 따르는 문제가 뒤따르겠지만, 현재의 KT 입장에서는 통합작업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이다.

KT-KTF 합병이 기정 사실화 되어 가면서 SK텔레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SK텔레콤 내부에 'KT-KTF 합병 대응 전담팀'을 운영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합병 시 KT 시내망 분리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 등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3사가 KT 시내망을 이용하면서 그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어, 합병될 경우 KTF가 18%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둬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핵심은 '결합상품 마케팅'

그러나 정작 SK텔레콤이 이들의 합병을 우려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결합상품 마케팅에 대한 후폭풍이다.

경기침체로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포화된 시장 구조 탓에 통신업계는 향후 결합상품 활성화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최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KT진영과 SK텔레콤 진영, 그리고 LG3콤 진영으로 3파전 양상을 띄고 있는 통신시장은 결합상품 활성화를 위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다양한 할인상품을 내놓으면서 가입자 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결합상품 가입자 확대 및 확보가 결코 쉽지 않다. 개인정보보호 이슈로 텔레마케팅이 제한되면서 가입자를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보고 가입자가 원해서 신청하거나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휴대폰 대리점에서 가입권유를 하는 방법이 전부이다. 만약 SK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 SK브로드밴드의 결합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텔레마케팅을 한다면, 다른 통신사(SK브로드)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자사(SK텔레콤)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되므로 불법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으로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결합상품에 대한 텔레마케팅을 하려면, 이용자 개개인에게 이용약관 동의서에 새롭게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휴대폰 대리점에 찾아오는 신규 가입자 대상으로 홍보를 하는 것으로 방법이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와 KTF가 합병을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합병을 통해 '하나의 회사'가 됐기 때문에 양측의 가입자 정보도 통합된다. 즉, 약관을 조금 손본다면 기존 양쪽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결합상품에 대한 홍보와 권유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 경우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는 '개별상품'이 아니라 통합KT가 보유한 '할인상품' 구성 중 하나일 뿐이다. 쉽게 말해 통합KT의 결합상품은 이동통신 가입자가 요금제를 바꾸듯, 상품 하나를 더 추가하는 식으로 할인제도를 바꾸는 것이 된다.

■SKT-SK브로드 합병은 2010년에나...세금 피해 가나?

그렇다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결합상품도 KT의 경우처럼 진행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대답은 '불가능'이다.

KT-KTF와 달리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2010년 상반기에나 합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합병에 따른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긴 했지만, 합병을 한 상태는 아니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합병법인이 합병등기일 전 2년 이내에 취득한 피합병법인의 발행주식을 보유한 채 합병을 하게 되면 피합병법인의 청산에 따른 법인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서 지난 2008년 초 SK브로드밴드 인수한 SK텔레콤이 올해 합병하게 된다면 2,000억원 가량(업계 추정)을 세금으로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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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과거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시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고 2년 후인 2002년에 합병해, 당시 1조원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통신업계의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 탓에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합병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듯하다. 동시에 KT-KTF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내비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KT의 합병이 SK텔레콤의 시장 경쟁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