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통신시장의 '우공이산', IPTV

일반입력 :2009/01/01 16:40    수정: 2009/01/04 20:29

김효정 기자

2009년 첫날인 1일부터 IPTV 시대가 열린다. KT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이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면서 3대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하게 된다.

지난해 말 천신만고 끝에 KT가 실시간 지상파 방송 재전송에 합의한 이후 첫 상용서비스가 시작됐고, 그 뒤를 이어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이 3개 지상파 방송국(KBS2, MBC, SBS)과의 합의를 통해 상용서비스 출범이 가능해 졌다.

이로써 약 5년에 걸친 방송-통신간 반목과 망이용 대가 산정을 둘러싼 사업자 선정 문제, 지상파 재전송 협상 등 채널 확보 등의 난항을 뒤로하고 상용화에 성공하게 됐다. 정말이지 '우공이산'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고사성어이다.

마침내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상용화 이후에도 IPTV는 우공이산을 답습해야만 한다.

■ 전국서비스 제한과 채널 수 부족

지난해 11월 상용화에 돌입한 KT는 현재 38개의 실시간 채널을 확보한 상태로, 이 달중에 40개 채널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역방송국과의 채널 재전송에도 합의를 마쳐 전국서비스의 기반을 닦아 놓았다.

그러나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에서 단기간에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을 만큼의 전투력을 확보하진 못한 상태. 기본형 케이블TV의 채널수가 70여개에 달하며 이미 1천500만 가입가구수를 확보해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갖춘 점과 비교할 때 미비한 점이 많다.

또한 1일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는 SK브로드밴드는 23개 채널, LG데이콤은 21개 채널로 채널수가 많이 부족하다. 더구나 이들 양사는 지역방송국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수도권용 서비스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IPTV는 당분간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상징성에 만족해야 한다. 자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적인 사업에 나선 KT조차 상용화 이후 약 한달간 실시간IPTV 가입자가 4만5천여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우공이산을 생각하게 만든다.

■ KT 고군분투, 시장 규모를 키워야…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파이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 KT 혼자서는 '새로운' 서비스인 IPTV의 붐을 조성하기는 힘들다. 초기 시장은 경쟁사들의 치열한 마케팅 속에서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공식이 IPTV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의 자세가 상당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상용화 시점에 맞추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와의 무리한 콘텐츠 계약을 체결한 탓에, 막상 활성화를 위한 총알(마케팅 및 사업추진 비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은 KT처럼 투자여력이 뛰어나지 못하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쳐 IPTV 서비스 활성화 의지가 꺽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서 후발 사업자들은 지역방송사와의 계약을 뒤로 미뤄두고 있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제작사(PP)와의 계약도 서두르지 않고 있는 상황.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은 이용약관처럼 오는 3월까지 60개 채널을 확보해야 하지만, 최악의 경우 값싼 해외채널을 들여와 채널 수를 맞춘다는 시나리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정부는 올해 IPTV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공공 시범사업과 일선 학교에서 교육수단으로의 활용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소비층이 얇을 경우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져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PTV를 둘러싼 이러한 상황이, 5년 만에 상용화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오르게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