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IT조직은 무엇을 해야 하나?

최영석입력 :2008/12/30 14:18    수정: 2009/01/05 00:34

최영석

2008년 말에 시작된 경제 위기의 징후는 2009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기관은 이미 경제 위기의 공포에 휩싸여 있고 제조업체의 경우 1차, 2차 협력업체는 공장 가동을 실제 중단하고 있는 곳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2주전에 다녀온 창원공단내의 한 제조업체는 실제 공장이 멈춰있었고 생산직 직원은 무급 휴가를 간 상태였다.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의 위기로 옮아가고 있는 상황은 IT조직이 제공하고 있는 IT서비스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로 말미암아 IT 비즈니스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IT조직을 둘러싼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IT조직의 누군가는 냉정하게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위험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제 위기의 상황에서 IT조직이 점검하고 대응해야 하는 문제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IT담당자의 공백으로 인한 문제

10년 전의 IMF때 IT조직에 대한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실행 되었다. 명예퇴직 프로그램에 따라 퇴직한 IT직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옆자리의 동료가 IT업무를 떠안게 되었다. 10년 전에는 IT조직 내에 ‘프로세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없었고 개인별로 IT업무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수인계 받게 되는 동료가, 퇴직한 IT직원의 업무 처리 방법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명예퇴직에 포함되어 괴로워하는 직원을 붙잡고 상세한 업무인계를 하라고 닦달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적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한 이후에야 인수 인계 받은 IT업무가 나름 정상적인 궤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업무 공백으로 인해 IT사용자의 혼란과 업무 불편이 무수히 발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다행인 것은 IT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IMF사태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라는 IT사용자의 고마운 오해(?)로 당시에는 IT에 대한 큰 비난이 없었다는 점이다.

자, 그럼 1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지를 IT조직은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에 비해 IT담당자 개인에 의존하지 않는 프로세스를 유지하고 있는 지, 특정 개인의 공백 시에도 IT사용자에게 약속한 업무들이 유지될 수 있는 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확인 결과, 특정 IT담당자에 의존하게 되는 항목들(dependencies)이 발견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착수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의존 요소 중에 IT사용자와의 접촉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부분은 더욱 집중해서 해결해야 한다. IT공백의 피해가 IT사용자의 비즈니스 업무에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IT사용자의 비즈니스도 심각한 상황인데 IT 잘못으로 비즈니스 피해를 끼치게 되는 상황은 두 배의 불만으로 IT조직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IT직원의 공백과 접촉이 빈번한 IT사용자의 공백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는 IT조직과 IT사용자 조직에 더욱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의 문제

경제 위기 상황은 IT조직의 협력업체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IT서비스의 협력업체들은 통상 소규모인 경우가 많아서 경제 위기에 가장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도산에까지 이를 수 있다. IT조직이 제공하는 IT서비스 중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도산은 IT서비스의 연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이들 협력업체의 업무가 대체 불가능하고 IT서비스의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접점에 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IT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외부 협력업체의 문제로 IT서비스가 중단되거나 IT서비스의 수준이 저하되는 상황은, IT서비스 제공 조직으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고 딱히 손 쓸 수 있는 방법조차 없다. 그렇다고 IT사용자에게 자신의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 하기도 궁색하다.

핸드폰의 버튼이 고장 났다고 해서 핸드폰 제조사가 아닌 핸드폰 버튼을 납품하는 협력회사에다 불만을 제기하는 사용자가 어디 있겠는가.

정보 누출의 문제

경제 위기로 인한 고용 불안은 업무를 이용한 금전 사고의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국내의 경우 개인 정보와 기술정보 등을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인된 사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에 가장 가까이에 있고 손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진 IT직원에게 이러한 고용 불안이 닥치는 경우 유혹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위험은 이론적으로도 의도, 가능성 및 용이성의 합 또는 배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IT직원이 빼내가는 정보가 IT조직의 정보가 아니라 ‘IT사용자’ 조직의 정보라는 것이다. IT조직 내부의 정보인 경우는 어떻게든 덮어버릴 수 있겠지만 고객의 정보를 IT직원이 유출하는 경우는 IT조직의 브랜드와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한다.

IT 투자 유예에 따른 문제

IT투자는 연말에 집중되는 보도 블럭 공사와 같이 뜬금없는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IT투자를 유발하게 하는 요소들은 ‘장애 해결’, ‘용량 개선’ 및 ‘IT사용자 요청’의 3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만약 IT사용자 조직이 경제 위기에 타격을 입게 되면, IT조직에서 IT사용자 조직에 청구되는 IT투자에 대한 유예를 우선적으로 요청하게 된다.

유예된 IT투자가 IT사용자 요청이 아닌 장애 해결과 용량 개선에 관련된 것이라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IT투자가 유예된 기간 동안에는 IT조직과 IT사용자 모두가, 과거 발생하였던 동일한 장애와 용량 부족으로 인한 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IT조직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IT사용자의 불만은 모두 IT조직에 향하게 되어 있다.

IT조직과 IT사용자 조직이 서로 다른 회사인 경우, IT투자의 유예를 요청한 것은 IT사용자 조직의 IT비용을 관리하는 ‘특정’부서이기 때문에 타 부서의 대다수 IT 사용자들은 이러한 속사정을 알 수가 없다.

문제점 해결을 위해 IT조직이 해야 할 일들

IT인력의 공백과 협력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미 언급을 했지만 IT프로세스상의의존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존도를 파악한 결과 IT인력과 협력업체가 IT서비스 제공의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에 위치하고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또 대체 방안과는 별개로 IT인력과 협력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IT업무에 대한 객관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객관화 작업이란 보이지 않는 개인의 노하우나 판단에 의존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정형화하고 매뉴얼화하고 실행에 따른 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협력회사의 경우에는 회사 대 회사 차원으로 객관화 작업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력회사의 도산이 IT조직에게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