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IPTV, '가격 경쟁력'으로 돌파?

일반입력 :2008/12/22 17:52    수정: 2009/01/04 21:05

김효정 기자

IPTV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는 내년 1월부터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3개 사업자의 가격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의 IPTV 이용요금을 승인했다. 그 결과 SK브로드밴드의 기본형 월 기본료는 1만4,500원, LG데이콤의 기본형 요금은 1만4,000원으로 KT의 1만6,000원보다 1,500~2,000원 저렴하게 책정됐다.

이는 지난 11월 국내 첫 상용화에 나선 KT의 메가TV라이브와 비교했을 때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가입자수)에 비례하는 수준의 요금 구성이다. 또한 유료방송 경쟁자인 디지털케이블TV의 기본료 1만~1만3,000원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이다.

방통위는 3개 사업자의 IPTV 요금은 외부 회계법인에 의해 산출된 상품원가에 기반해 이용자 지불의향 조사결과를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판단해 사업자의 원안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IPTV 사업자, '상용서비스 요건 미비'

그러나 실제 소비자에게 제공될 서비스는 방통위의 승인요건에 훨씬 못미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양사가 요청한 이용요금 승인 신청 내용에는 '60개 이상의 채널'을 명기하고 있지만 사업자의 준비상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역민방과 지역방송 재송신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전국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여전히 수도권용 서비스에 국한돼 있다.

이미 상용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 역시 37개의 채널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SBS 지역민방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국서비스 확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내년 1월 1일부터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지상파 3사와 합의만 했을 뿐, 지역민방이나 MPP(주요 프로그램사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양사는 30개 안팎의 채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3개 사업자는 채널 확보와 전국 서비스 확대를 내년 3월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KT는 2009년 2월말까지 60개 채널을 확보할 계획이며, 나머지 사업자 역시 비슷한 시기에 60개 채널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의 관계자는 "IPTV 서비스가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해 승인해 준 것이다. 사업자 역시 이 때문에 당분간 프로모션을 통해 요금할인 등 유연한 영업 방식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요금할인'이 경쟁력 되나?

불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 역시 대대적인 가입자 확보 프로모션 보다는 방통위가 승인한 이용요금을 받지 않는 등 단기적인 가격할인으로 부족한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KT는 60개 채널을 갖추게 될 내년 3월 전까지 한시적 프로모션을 통해 20%를 할인하고 3년 약정시 20%를 할인해 주고 있다. 이외에 LG데이콤은 3년 약정시 3,000원 할인으로 기본형 요금은 1만1,000원이며, SK브로드밴드는 3년 약정시 4,500원이 할인된 1만원이 기본형 기본료가 된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와 결합상품 가입으로 추가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KT 측은 "IPTV 사업자들은 현재 만족할 수준의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전국서비스 제공도 안되는 상태에서 이용약관에 명기된 요금을 전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용 서비스라고 하기에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제 값을 받는 것에 대해 사업자 스스로도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더욱이 고급형 서비스의 기본료가 2만3,000원(LG데이콤은 2만5,000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기본형에 10~20개의 채널이 더 추가되는 고급형 서비스 자체가 가능할 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다소 성급하게 상용화를 추진했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되지만, 당분간은 빈약한 채널을 대신하기 위한 요금할인이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