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스마트폰 시장에 ‘병주고 약준다?’

일반입력 :2008/12/15 15:50    수정: 2009/01/04 21:25

김효정 기자

SK텔레콤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에 병폐인가 선도자인가?

SK텔레콤이 지난 2007년 7월 한 PDA폰 제조업체의 판매를 제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개화를 1년 이상 지체시켰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의 한국판 버전 ‘T옴니아’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과징금 17억1,500만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국내 PDA제조업체인 블루버드소프트가 개발한 PDA폰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블루버드소프트는 출시 한달 전인 2007년 6월 5일 SK텔레콤의 망 연동시험까지 통과했지만, SK텔레콤은 자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네이트’ 바로가기 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개통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블루버드소프트가 출시하려 한 BM500은 음성통화 이외에 무선인터넷 기능을 지원하는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와 지상파DMB, 512MB의 내장 메모리, 2GB의 외장 메모리 슬롯을 모두 갖춘 국내 최초의 고기능 PDA폰으로 이목을 끌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국내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은 이동통신사에 예속된 구조이다. 이번 사건의 예처럼 개발을 하더라도 출시와 유통이 억제된 것이다”라며 “그 결과 아이폰과 블랙베리폰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내에는 완전한 사양의 스마트폰 출시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최근 'T옴니아'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 이끌어

이처럼 국내 스마트폰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쳐왔던 SK텔레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 가며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1월 4일 삼성전자의 고사양 스마트폰 옴니아의 한국판 버전 T옴니아를 출시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T옴니아는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1만5,000대를 넘어서는 등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T옴니아의 1차 판매 목표를 10만대로 넓혀 잡고 있으며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SK텔레콤은 이번 주부터 위피가 탑재 안 된 캐나다 림(RIM)사의 스마트폰 블랙베리폰을 기업 대상으로 판매하며, 위피 탑재 의무화가 폐지되는 2009년 4월부터 일반 판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SK텔레콤의 적극적인 공략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가능성이 점차 열리고 있다.

■글로벌 이통사 전략 단말은 단연 '스마트폰'

해외, 특히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서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는 대다수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폰을 자사 전략 단말 라인업의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 고려해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여전히 이메일을 주고 받는 기업용 단말기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인 버리이존과 AT&T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놀랄만한 3분기 실적을 기록했는데, 전문가들은 그 주요 원인을 스마트폰으로 판단하고 있다. 버리이존 와이어리스의 단말 판매량의 20%가 스마트폰이고 AT&T도 이에 못지 않은 수준이었다.

또한 2008년을 뒤흔든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시장의 기폭제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 등은 2008년 3분기 단말 전체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 감소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대비 28% 성장한 4,000만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국내 시장의 경우, 지난 2007년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로 2008년 상반기까지 판매량은 약 18~20만대 수준에 그치는 등 존재감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급속하게 변했다. 1,0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소비자와 사업자를 모두 사로잡은 애플 아이폰과 그 동안 외산 단말기 국내 진입장벽이었던 위피 탑재 의무화 제도가 폐지된다는 소식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머지 않아 개화될 것이라고 알리는 신호탄이다.

■SKT-삼성전자-MS 합작품 'T옴니아', 30만대 돌파할 듯

이러한 시점에서 SK텔레콤의 T옴니아 출시는 시의 적절했다. 아이폰의 출시로 인한 시장의 인식 변화와 위피 의무화 폐지로 국내 이통사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KTF 또한 몇 달 전부터 애플의 3G 아이폰 도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로아그룹의 김진영 대표연구원은 “풀터치스크린에 오픈OS를 기본탑재하고 4GB 이상의 내장 메모리를 탑재한 T옴니아의 재원적 특성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기본 휴대폰 신규 고객 및 기기변경 고객 외에도 차세대 단말 구매 계층까지 포괄해 최소 30만대 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의 충분한 시장성을 보았고,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50%를 능가하는 우월한 구매력을 배경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불과 1년 여전 자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바로가기 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스마트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스마트폰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로써 SK텔레콤은 3G 시장에서조차 KTF를 확실하게 앞서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최근 T옴니아에 적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확보를 위한 SW 경진대회를 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한 수익의 지속 창출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로아그룹은 이러한 전략이 T옴니아 구매고객의 지속적인 관심도와 기회비용의 지출을 유도하는 대신, 그 이상의 편익을 지속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매출확보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