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오픈소스SW 비즈니스의 딜레마

일반입력 :2008/12/10 16:44

황치규 기자 기자

오픈소스SW는 어느정도 대중화됐다.

전세계적으로 리눅스는 윈도와 함께 성장하는 운영체제로 떠올랐고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분야에서는 MySQL이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서 파죽지세의 보급률을 자랑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개발자들이 오픈소스SW를 갖다쓰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한 장면이 아니다. 오픈소스SW는 국내 IT생태계에서도 중량감있는 한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쯤되면 오픈소스SW 비즈니스도 해볼만한 분위기다. 시장에 많이 퍼졌으니 그걸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판은 일단 깔렸다.

오픈소스SW 비즈니스 모델의 대명사는 서브스크립션 모델이다. 서브스크립션은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요금을 지불하며, 계약 기간 동안 출시되는 최신 버전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받을 수 있어 유지 관리 및 신규 제품 구매에 대한 비용 부담을 없앤게 특징이다.

한번 고객을 확보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장사의 매력이다. 고객이 쌓이면 쌓일 수록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대다수 오픈소스SW 업체들이 서브스크립션을 수익 모델로 내건 이유다.

그런데 다소 어색한 장면이 국내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브스크립션이 그럭저럭 팔리기는 하는데, 껍질을 벗겨보면 서브스크립션 장사의 본질에선 벗어나 있다. 약간 오버하면 서브스크립션 모델스럽지 않다.

대표적인 오픈소스SW업체인 한국레드햇.

김근 대표가 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났다. 얼핏봐도 오픈소스SW와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대해 할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한국레드햇에 따르면 이 회사와 서브스크립션 계약을 맺는 고객중 재계약을 하는 비중은 10%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오래간다는 서브스크립션 모델과는 거리가 먼 수치다.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오픈소스SW업체가 받아든 성적표가 이 정도다.

그러다보니 레드햇 전체 서브스크립션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국적 기업 한국법인이 평균적으로 본사 매출의 1%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 할 수 있겠다.

김근 대표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두가지로 요약했는데 첫번째는 가치 문제였다. 고객들이 돈을 내고 기술 지원 등이 포함된 서브스크립션을 구입할만한 가치를 느끼고 있느냐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브스크립션을 샀는데 기술 지원의 필요성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렇다보니 기간이 지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고객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받는것에 비해 나가는 돈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는 얘기다. 아예 처음부터 외부 지원없이 오픈소스SW를 알아서 잘쓰는 기업들도 많다. 오픈소스 업체들에겐 난감한 현실이다.

이에 대해 김근 대표는 고객 입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좀더 폭넓은 관점을 가져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오픈소스SW업체가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필요는 있어요. 그러나 서브스크립션은 돈낸만큼 기술지원을 받느냐 안받느냐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사고가 안난다고 자동차 보험 1년만에 깨지는 않잖아요. 서브스크립션도 이같은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IT가 비즈니스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픈소스SW를 도입한 기업이라면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서브스크립션을 구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경꾼 입장에서 고객들이 오픈소스SW 서브스크립션을 구입한 뒤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은 상용SW를 쓰면서 유지보수료 지불에는 거부감을 갖는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상황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업체들이 들고나온 전략과 고객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정사이에는 여전히 건너기 쉽지 않은 강이 흐르는 느낌이다.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

이런 가운데 오픈소스SW 전문가인 스튜어트 코헨은 최근 비즈니스위크에 쓴 컬럼에서 오픈소스SW 시장에서 기술 지원과 서비스에만 의존한 수익 모델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오픈소스SW를 이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해당 기업들은 기술 지원을 넘어 고객들에게 좀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브스크립션은 오픈소스SW업체들이 수년전부터 부르짖어왔건만 아직도 그 개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많은 고객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오픈소스SW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다.

리눅스의 경우 GPL(GNU General Public License)을 따르고 있어 일반 사용자들은 누구나 사용·복제·배포·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레드햇 상표 (트레이드 마크)가 부착된 제품에는 고유 상표권이 들어가 있는 만큼, 상표권 침해 문제를 피하려면 반드시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표권 위반이다. 법적 분쟁의 소지도 될 수 있다.

결국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EHL)는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해야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오해는 서브스크립션을 사지 않고도 REHL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발생한다. 한국레드햇의 저조한 서브스크립션 재계약율은 이같은 오해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근 대표는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하지 않고 레드햇 상표가붙은 제품을 쓰는 고객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홍보와 공지를 통한 포지티브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 한국레드햇은 10일 REHL 및 제이보스 등 자사 기업용 오픈소스 제품의 상표권 침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서비스 전담팀을 구성했다. 서브스크립션에 대한 인식 제고를 목표로 마케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구성된 서비스 전담팀은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하지 않고 레드햇의 상표가 삽입된 RHEL 및 제이보스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상표권 침해 실태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레드햇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브스크립션을 갱신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신청 방법 및 고객 보호를 위한 오픈소스 보증 프로그램의 설명이 담긴 공문도 발송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표권이 등록된 레드햇 제품의 무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IT 인프라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