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냐 케이블TV냐', 이사할 때 선택할 서비스는?

일반입력 :2008/12/03 11:52    수정: 2009/01/04 21:46

김효정 기자

최근 이사를 한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어떤 통신서비스에 가입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 통신 서비스인 초고속인터넷과 방송 서비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이사를 할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초고속인터넷과 TV 서비스를 신청하는데 큰 고민이 없었다. 초고속인터넷은 10Mbps급 DSL급에서 100Mbps 광랜을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을 선택하면 됐고, TV를 보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만을 수신하거나 지역케이블TV에 가입하면 됐다. 물론 위성 서비스인 스카이라이프를 택할 수도 있다.

케이블TV측이 함께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있었지만,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환영 받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이어져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중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비중은 18.4%(지난 9월 기준)인 276만여 명에 그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수치는 약 1,500만의 국내 케이블TV 전체 가입가구수의 18.4%를 차지하기도 한다.

■소비자, TV냐 인터넷이냐 '고심'…IPTV 잠재력 더 커

그러나 올해 들어, 방송통신 융합 추세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국내 첫 IPTV 상용화에 따라 이러한 고민이 더욱 커졌다.

최근 전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80.1%(지난 9월 기준)를 확보하고 있는 KT,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의 사업자들이 지상파 재전송을 포함한 IPTV 서비스 상용화를 공표하면서 방송 서비스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양질의 속도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초고속인터넷+IPTV' 결합상품으로 통신요금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 가구는 1,526만여명(지난 9월 기준)으로 케이블TV 가입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통신(초고속인터넷)과 방송(TV)이 별개의 영역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비중의 8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6년 7월 주문형비디오방식의 하나TV(현 브로드앤TV)가 등장한 지 불과 3년 만에 170만 가입자(KT 메가TV 84만, SK브로드밴드 브로드앤TV 80만, LG데이콤 myLGtv 5만2,000, 지난 11월 기준)를 확보한 점을 감안한다면, 지상파 재전송이 포함된 IPTV 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기반에서 그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

그 동안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해왔던 케이블TV 측의 경계도 상당하다. 주요케이블TV사업자(MSO)인 씨앤앰의 최정우 상무는 "지난 10월부터 케이블TV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증가세가 평행선을 그리는 등 증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는 향후 IPTV와 경쟁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IPTV는 아직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서비스 지역도 수도권에 묶여 있다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케이블TV 진영에도 소비자를 공략할 기회가 남아 있다.

■케이블TV, 안정화된 서비스 기반으로 적극적 마케팅 나서

또 하나 소비자의 갈등은 이들 서비스의 가격 제도에서 비롯된다.

IPTV의 공습으로 위기에 몰린 케이블TV 진영은 안정된 방송 서비스와 디지털케이블TV를 내세우며, 초고속인터넷까지 결합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MSO인 티브로드의 경우, 3년 약정을 기준으로 '디지털방송(90개 채널)+초고속인터넷(100M)' 상품을 월 4만3,000원 정도로 제공한다. 디지털이 아닌 일반 케이블(75개 채널)+초고속인터넷(100M)의 경우 월 3만4,000원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실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격은 특별할인을 통해 대폭 요금을 인하해 주고 있다. 고객을 가장해 실제 한 MSO 영업사원에게 문의한 결과, 3년 약정시 결합상품 월이용료는 2만7,000원 수준이며 4~6개월 간 무료 서비스 기간을 주고 있었다. 또한 5~6만원 가량의 현금 및 상품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공세는 초고속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IPTV 상용화에 나선 KT의 경우, 3년 약정 기준으로 'IPTV(30개 채널)+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 라이트 50M)' 가격이 2만6,090원이다.

메가패스 라이트 기본요금은 3만원이지만 온라인으로 가입신청 시 매월 2,000원 할인, 3년 약정시 15% 할인, IPTV와 결합 시 10% 추가할인, 제휴카드(롯데, 현대) 4,540원 할인을 통해 1만6,880원이 된다.

그리고 메가TV라이브 요금은 1만6,000원이지만 3년 약정시 20%, 결합시 10% 할인, 여기에 내년 2월말까지 한시적 프로모션을 통해 20%가 추가 할인된다.

■'저가 경쟁'으로 시장 악화 우려도...

그렇지만 아직까지 IPTV 서비스는 부족한 채널 수와 유료 서비스 등으로 인해 케이블TV 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각 사업자들은 최신 외화를 확보하는 등 콘텐츠 양질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초고속인터넷 신규가입자에 17만원에서 최고 30만원까지 현금지급을 하는 '현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티브로드의 이상윤 전무는 "현재 IPTV가 케이블TV에 비해 채널수가 현저히 작고 서비스 안정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비교하면 아직은 케이블TV 진영이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방송통신 결합서비스를 양분하고 있는 IPTV와 케이블TV 진영의 경쟁에 따라, 소비자는 보다 많은 혜택과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졌으며 특히 서비스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수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관련 업계가 지난친 저가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며 "소비가 확보와 이탈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산업보호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